카트만두 파탄 더르바르 광장 - 이미지

이미지 출처 : pixabay

시간을 초월한 예술의 도시, 네팔 파탄 더르바르 광장 탐방


네팔 카트만두 계곡의 중심부에 위치한 고대 도시 파탄, 그 중에서도 파탄 더르바르 광장은 수 세기 동안 네팔의 예술, 문화, 종교적 유산이 집약된 살아있는 박물관입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힌두교와 불교 건축 양식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말라 왕조의 황금기 번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파탄 더르바르 광장이 선사하는 역사적 깊이와 예술적 아름다움을 심층적으로 탐험합니다.


카트만두 파탄 더르바르 광장 - 이미지

예술과 역사가 살아 숨 쉬는 도시, 랄릿푸르

파탄은 '아름다움의 도시'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랄릿푸르(Lalitpur)'로도 불리며, 그 이름처럼 네팔의 어느 도시보다도 뛰어난 예술적 감각과 장인 정신이 깃든 곳입니다.
약 5세기부터 18세기까지 이어진 말라 왕조 시대에 문화와 예술의 황금기를 구가했으며, 17세기까지는 독립적인 왕국의 수도 역할을 했습니다.
파탄 더르바르 광장은 바로 이 말라 왕조의 영광스러운 흔적을 가장 잘 보여주는 중심지입니다.
1979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그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으며, 고대 왕궁, 사원, 신당, 그리고 정교한 조각상들이 밀집해 있어 방문객에게 시대를 초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광장 곳곳에 스며든 힌두교와 불교의 조화로운 공존은 파탄만의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기반이 됩니다.
이 도시는 단순한 역사 유적지를 넘어, 현재까지도 많은 주민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이자 종교적 중심지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카트만두 파탄 더르바르 광장 - 이미지

네와르 건축 양식의 정수와 섬세한 조각 미학

파탄 더르바르 광장의 건축물들은 네와르족의 탁월한 건축 기술과 예술적 역량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붉은 벽돌과 정교하게 조각된 목재, 그리고 섬세한 금속 장식이 어우러져 독특하면서도 웅장한 미학을 자랑합니다.
특히 사원 지붕을 받치는 나무 기둥에 새겨진 신화 속 인물과 에로틱한 장면들은 장인들의 놀라운 솜씨를 증명하며, 보는 이의 감탄을 자아냅니다.
카트만두 계곡의 다른 더르바르 광장들과 비교했을 때, 파탄 더르바르 광장은 비교적 아늑하면서도 모든 건축물이 조금 더 작고 섬세하게 느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파탄이 오랜 기간 동안 예술가와 장인들의 도시로 알려져 온 배경과도 무관하지 않습니다.
각 건물마다 숨겨진 디테일과 이야기를 찾아보는 것은 파탄 더르바르 광장을 방문하는 특별한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지진으로 인한 피해에도 불구하고, 복원 작업을 통해 그 옛 모습이 점차 되찾아지고 있으며, 이는 네팔 문화유산 보존에 대한 깊은 의지를 보여줍니다.


왕궁 내부의 세 가지 상징적인 안뜰

파탄 왕궁의 핵심은 세 개의 주요 안뜰, 즉 초크(Chowk)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케샵 나라얀 초크(Keshab Narayan Chowk)로, 금문(Golden Gate)과 금 테두리 창문을 통해 들어서는 곳입니다.
이곳은 왕실의 중요한 의례가 거행되던 장소로, 화려한 장식과 웅장함이 돋보입니다.
두 번째는 탈레주 바와니 초크(Taleju Bhawani Chowk)로, 왕실의 수호 여신인 탈레주 바와니 여신을 모시는 사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왕실의 신성한 공간으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순다리 초크(Sundari Chowk)는 '아름다운 안뜰'이라는 뜻으로, 내부에는 샤히티(Tushahity)라고 불리는 왕실 목욕탕이 있습니다.
이 목욕탕은 물이 마카라(Makar)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구조로, 금속과 돌 조각으로 정교하게 장식되어 있습니다.
이 세 안뜰은 단순한 건축 공간을 넘어, 말라 왕조의 종교적 신념과 왕실 생활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문화유산입니다.


파탄의 상징, 크리슈나 만디르

파탄 더르바르 광장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축물 중 하나는 단연 크리슈나 만디르(Krishna Mandir)입니다.
17세기 초 시디 나르싱 말라 왕에 의해 지어진 이 사원은 네팔의 전통적인 붉은 벽돌과 목재 사원과는 확연히 다른 인도 스타일의 석조 건물로 유명합니다.
금속 장식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전체가 돌로만 지어졌으며, 그 구조와 규모가 매우 웅장합니다.
사원의 상층부 프리즈(frieze)에는 남아시아의 위대한 힌두 서사시인 라마야나(Ramayan)와 마하바라타(Mahabharat)의 유명한 전투 장면들이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어, 신화 속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사원 맞은편에는 크리슈나 신의 탈것인 가루다(Garud)의 석상이 세워져 있어, 신성한 분위기를 더합니다.
크리슈나 만디르는 파탄 더르바르 광장의 종교적, 예술적 정점을 상징하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다양한 신을 모신 사원들과 종교적 공간

크리슈나 만디르 외에도 파탄 더르바르 광장과 그 주변에는 여러 중요한 사원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탈레주 바와니 사원은 왕실의 수호 여신을 모시는 곳으로, 광장의 동쪽에 위치합니다.
북쪽에는 마하바라타의 영웅 비엠에게 바쳐진 비엠센 사원이 있으며, 상인들에게 특히 숭배받는 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또한 광장에서 가장 오래된 사원으로 여겨지는 자가트 나라얀 사원(Jagat Narayan Temple)은 1565년에 지어진 3층 탑 양식의 붉은 벽돌 사원으로, 비슈누 신을 모시고 있습니다.
이 사원은 지붕 받침대에 다양한 신들과 에로틱한 장면이 새겨진 목조 조각으로 유명합니다.
광장 동쪽에는 불교 건축의 걸작인 마하부다 사원(Mahabuddha Temple)도 있는데,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사원을 모방하여 14세기에 지어졌으며, 벽에 수백 개의 작은 부처상이 새겨져 있어 '천 개의 부처 사원'로도 불립니다.
이러한 다양한 사원들은 파탄이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하며 융합된 문화의 중심지임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살아있는 역사, 일상과 축제의 공존

파탄 더르바르 광장은 단순히 과거의 유적지가 아니라, 현재에도 네팔 사람들의 일상이 펼쳐지는 활기찬 공간입니다.
광장 주변에는 직물, 종교 용품, 신선한 야채와 과일 등을 파는 수많은 노점상들이 즐비하며, 이곳은 '행복 시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현지인들은 사원 계단에 앉아 휴식을 취하거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종교 의식을 행하는 등 일상생활의 한 부분으로 광장을 활용합니다.
또한 파탄은 축제의 도시로도 유명하며, 연중 다양한 힌두교 및 불교 축제가 광장에서 열립니다.
이 시기에는 더욱 많은 인파가 모여들어 전통 음악, 춤, 종교적 행렬 등으로 광장은 활기를 더합니다.
이러한 모습은 파탄 더르바르 광장이 과거의 영광을 넘어 현재에도 네팔 문화의 살아있는 심장 역할을 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2015년 지진과 문화유산의 회복 노력

2015년 네팔을 강타한 대지진은 파탄 더르바르 광장에도 막대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수백 년 된 많은 건물과 사원들이 파괴되거나 심하게 손상되었으며, 이는 네팔의 귀중한 문화유산에 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하지만 네팔 정부와 국제 사회의 노력, 그리고 네팔 국민들의 강한 의지 덕분에 파괴된 유적지들은 꾸준히 복원되고 있습니다.
지진으로 무너진 사원들이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세워지고 있으며, 손상된 조각품들도 세심한 장인의 손길로 복구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복원 과정은 단순한 물리적 재건을 넘어, 네팔 사람들의 회복력과 문화유산에 대한 깊은 경외심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행위입니다.
파탄 더르바르 광장은 재난을 딛고 다시 일어서며, 인류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보존의 중요성을 전 세계에 일깨워주고 있습니다.


마무리

네팔 파탄 더르바르 광장은 고대 왕국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자, 정교한 예술과 깊은 종교적 신념이 어우러진 특별한 공간입니다.
힌두교와 불교가 공존하는 독특한 문화, 섬세한 네와르 건축물, 그리고 일상의 활기가 조화롭게 펼쳐지는 이곳은 방문하는 모든 이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합니다.
역사의 아픔을 딛고 다시 피어나는 파탄 더르바르 광장의 아름다움은 네팔의 불굴의 정신과 문화유산의 영원한 가치를 증명합니다.
이곳을 거닐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신비로운 매력을 직접 느껴보시길 바랍니다.

댓글

댓글 작성

0/20
0/500
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