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기원은 1764년, 예카테리나 2세가 유럽의 거장들로부터 수집한 회화들을 전시하기 위해 겨울 궁전 옆에 '소 에르미타주(Small Hermitage)'를 지으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에르미타주'는 프랑스어로 '은둔처'를 의미하며, 황제가 개인적으로 소장품을 감상하던 비밀스러운 공간에서 출발했음을 암시합니다.
이후 니콜라이 1세에 의해 1852년 대중에게 개방되면서 비로소 공공 박물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습니다.
현재 에르미타주는 겨울 궁전, 소 에르미타주, 구 에르미타주, 신 에르미타주, 에르미타주 극장을 포함한 웅장한 건축 복합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히 중심이 되는 겨울 궁전은 바로크와 로코코 양식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건축 예술의 정점으로, 약 1,786개의 문, 1,945개의 창문, 1,500개 이상의 방을 가진 거대한 규모를 자랑합니다.
궁전의 외벽은 연한 녹색과 흰색이 대비를 이루며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카이라인을 장식하고 있으며, 내부의 화려한 장식과 섬세한 조각은 제정 러시아 황실의 막강한 권력과 예술적 취향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각 건물은 서로 연결되어 있어 관람객들은 수많은 복도와 계단을 따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듯한 독특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진정한 가치는 그 소장품의 방대함과 다양성에 있습니다.
300만 점이 넘는 컬렉션은 시대와 지역을 초월하여 인류 문명의 거의 모든 면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히 서유럽 미술 컬렉션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리타 마돈나'와 '베누아 마돈나', 라파엘로의 '성 가족', 렘브란트의 '돌아온 탕자'와 '사스키아의 초상', 루벤스의 대작들, 엘 그레코, 벨라스케스, 고야 등 스페인 거장들의 작품이 즐비합니다.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의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 야수파, 큐비즘 작품들도 빼놓을 수 없는 하이라이트입니다.
모네, 르누아르, 드가, 세잔, 고흐, 고갱, 마티스, 피카소 등 교과서에서나 볼 법한 거장들의 작품이 상상을 초월하는 규모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그리스-로마 시대의 고대 유물 섹션은 고대 문명의 신비로움을 탐험하게 하며, 동양 예술품 컬렉션은 중국, 인도, 페르시아 등의 섬세하고 아름다운 공예품과 회화를 선보입니다.
또한, 러시아 자체의 예술품과 스키타이 황금 유물 컬렉션은 독특하고 귀중한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어 박물관의 아이덴티티를 더욱 공고히 합니다.
각 전시실은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것을 넘어, 시대와 문화를 아우르는 유기적인 이야기 속으로 관람객을 이끌며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을 방문한다면 특정 전시 공간과 그 안에 담긴 걸작들을 반드시 주목해야 합니다.
먼저, 박물관의 상징과도 같은 '요르단 계단(Jordan Staircase)'은 웅장한 규모와 화려한 장식으로 방문객을 압도합니다.
흰색 대리석과 금빛 조각이 어우러진 이 계단을 오르면, 마치 과거 제정 러시아의 황족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습니다.
'대공의 아파트(State Rooms)'는 러시아 황실의 사치스러웠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곳으로, 말라카이트 홀, 대형 트론 홀(게오르기 홀), 파빌리온 홀 등이 특히 유명합니다.
파빌리온 홀에 있는 18세기 영국 장인이 제작한 '공작 시계(Peacock Clock)'는 매시간 정각에 움직이는 예술품으로, 그 정교함과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르네상스 미술의 정수를 만날 수 있는 '라파엘 로지아(Raphael Loggias)'는 바티칸 궁전의 라파엘 로지아를 그대로 재현한 것으로, 섬세한 프레스코화로 가득 차 있습니다.
고대 이집트 홀에서는 실제 미라와 석관을 볼 수 있으며, 고대 그리스-로마 홀에서는 조각상과 도자기들을 통해 서양 문명의 뿌리를 탐색할 수 있습니다.
각 홀마다 특색 있는 테마와 건축 양식이 적용되어 있으며, 세계적으로 중요한 예술품들이 셀 수 없이 많이 전시되어 있어, 며칠에 걸쳐 관람해도 다 둘러보기 어려울 정도의 방대한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핵심이자 가장 상징적인 건물은 바로 겨울 궁전입니다.
이 궁전은 1732년부터 1917년까지 러시아 황제들의 공식 거주지로 사용되었으며, 러시아 제국의 흥망성쇠를 함께한 역사적인 장소입니다.
제정 러시아의 정치적, 문화적 중심지였던 겨울 궁전은 수많은 역사적 사건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1917년 10월 혁명 당시, 볼셰비키 혁명군에 의해 점령되면서 러시아 역사의 큰 전환점을 맞이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궁전의 내부는 황제와 황비의 개인 공간, 접견실, 연회장 등 당시의 화려한 모습을 거의 완벽하게 보존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공작의 거실’과 ‘알렉산드르 2세 도서관’은 황실 생활의 단면을 보여주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겨울 궁전의 각 방은 특정 시대의 유행과 황제의 취향을 반영하며 다양한 건축 양식과 장식 예술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바로크의 웅장함, 로코코의 섬세함, 신고전주의의 엄격함이 어우러져 관람객에게 시각적인 즐거움뿐만 아니라 역사적 깊이를 선사합니다.
이 궁전은 단순한 전시 공간을 넘어, 러시아 제국의 영광과 비극, 그리고 예술에 대한 열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와 같습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단순히 고대 유물이나 명화를 소장한 장소를 넘어, 그 자체로 살아있는 문화유산이자 복합적인 예술 공간입니다.
이곳은 오랜 역사 동안 수많은 정치적 격변과 전쟁을 겪으면서도 꿋꿋이 예술과 지식을 보존하고 전파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레닌그라드 포위전과 같은 비극적인 시기에도 박물관 직원들은 소중한 예술품들을 피난시키고 보호하는 데 헌신하며, 인류 문화유산의 수호자로서 그 책임을 다했습니다.
현대에 이르러 에르미타주는 과거의 유산을 보존하는 것을 넘어, 활발한 연구 활동과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박물관과의 교류 전시, 디지털 아카이빙 프로젝트, 젊은 세대를 위한 워크숍 등 다양한 방식으로 끊임없이 진화하며 예술의 가치를 재해석하고 있습니다.
또한, 에르미타주 극장에서는 발레, 오페라 등 전통 공연이 정기적으로 열려 방문객들에게 다채로운 문화 경험을 제공합니다.
박물관 곳곳에는 예술적 영감을 주는 카페와 기념품 상점이 있어, 관람의 피로를 풀고 에르미타주의 아름다움을 추억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합니다.
에르미타주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예술이 인류에게 주는 감동과 깨달음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특별한 장소입니다.

에르미타주 박물관의 방대한 규모를 효율적으로 관람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 계획이 필수입니다.
첫째, 온라인으로 미리 입장권을 구매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장 구매 시 긴 줄을 서야 할 뿐만 아니라, 특히 성수기에는 매진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둘째, 박물관 지도와 오디오 가이드를 적극 활용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한국어 오디오 가이드도 제공되므로, 주요 작품과 공간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으며 관람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셋째, 관람 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합니다.
최소 하루 전체를 할애하는 것이 좋으며, 관심 분야에 따라 2~3일에 걸쳐 나누어 관람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넷째, 특정 테마나 시대에 집중하여 관람 계획을 세우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서유럽 회화에 집중하거나, 겨울 궁전의 내부 공간만 집중적으로 보겠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다섯째, 편안한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물관 내부를 걷는 거리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에 발의 피로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박물관 내부에는 여러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으므로, 중간에 휴식을 취하며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지세요.
에르미타주 박물관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다른 주요 명소인 이삭 성당, 피의 구원 사원, 네바 강과도 가까워 함께 여행 일정을 계획하기 용이합니다.
이 모든 팁을 활용하여 에르미타주에서의 잊지 못할 예술 여행을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