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모로코의 정신적, 문화적 수도로 불리는 페스는 서기 789년 이드리스 1세에 의해 설립되었습니다.
특히 페스 엘 발리(Fes el-Bali)로 알려진 메디나는 중세 시대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합니다.
이 도시는 아프리카와 유럽을 잇는 중요한 무역로의 중심지였으며, 이슬람 학문의 요람으로서 큰 번영을 누렸습니다.
9세기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 중 하나인 알 카라윈 대학교가 설립되어 학문과 지식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했으며, 많은 학자와 사상가들이 이곳에 모여 지식의 발전을 이끌었습니다.
복잡하게 얽힌 골목길과 고풍스러운 건축물들은 페스 메디나가 거쳐온 수많은 왕조와 문화적 교류의 흔적을 묵묵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이곳의 모든 벽돌 하나, 문양 하나에는 천년 역사의 지혜와 이야기가 스며들어 있어 방문객들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합니다.

페스 메디나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 그 복잡한 골목길 구조입니다.
차량의 진입이 불가능한 이 길들은 마치 거대한 미로처럼 얽히고설켜 있으며, 수천 개의 좁은 통로와 막다른 골목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길을 잃는 것은 이곳을 탐험하는 즐거움의 일부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각 골목마다 특색 있는 수크(시장)가 형성되어 있어, 가죽 제품, 도자기, 향신료, 직물 등 다양한 수공예품과 식료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알록달록한 양탄자가 쌓여 있는 상점, 은은한 아르간 오일 향이 풍기는 가게, 갓 구운 빵 냄새가 유혹하는 빵집 등 오감을 자극하는 요소들로 가득합니다.
상인들의 활기찬 호객 소리와 당나귀가 짐을 싣고 지나가는 풍경은 수백 년 전과 다름없는 메디나의 일상 풍경을 보여줍니다.
이 미로 속을 걷다 보면,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아름다운 분수나 고풍스러운 건축물을 발견하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페스 메디나의 중심부에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고등 교육 기관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알 카라윈 대학교(Al-Karaouine University)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859년에 파티마 알 피리(Fatima al-Fihri)라는 여성에 의해 모스크로 시작되어, 이후 학문 기관으로 발전한 이곳은 이슬람 세계의 지성적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철학, 의학, 수학, 천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문이 연구되었으며, 중세 유럽의 르네상스에도 간접적으로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현재는 대학보다는 모스크의 기능을 더 많이 수행하고 있지만, 그 역사적 중요성과 아름다운 건축 양식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경외심을 자아냅니다.
특히, 귀중한 고서적들을 소장하고 있는 알 카라윈 도서관은 이슬람 문명의 지적 유산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장소로, 최근 복원 작업을 거쳐 일부가 일반에 공개되면서 그 가치를 더욱 빛내고 있습니다.
수많은 학자와 사상가들이 이곳을 거쳐가며 인류 지식의 발전에 기여한 흔적을 느끼는 것은 페스 여행의 특별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페스 메디나에서 가장 상징적인 장소 중 하나는 바로 슈아라 태너리(Chouara Tannery)입니다.
이곳은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전통적인 방식으로 가죽을 염색하고 가공하는 곳으로, 그 독특한 풍경과 강렬한 냄새로 유명합니다.
관광객들은 주변 상점의 테라스에서 내려다보며 형형색색의 염색조에서 맨손으로 작업하는 장인들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비둘기 똥과 식물성 염료 등을 사용하여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고 색을 입히는 과정은 현대 산업화 시대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전통 기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강렬한 냄새 때문에 민트 잎을 코에 대고 보기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페스 메디나만의 독특한 경험의 일부입니다.
이렇게 가공된 고급 가죽은 벨트, 가방, 지갑, 슬리퍼 등 다양한 제품으로 탄생하여 수크에서 판매됩니다.
슈아라 태너리는 단순한 공장을 넘어, 페스의 오랜 역사와 장인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임을 증명하며, 방문객들에게 잊지 못할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페스 메디나를 진정으로 경험하는 방법 중 하나는 리아드(Riad)에 머무는 것입니다.
리아드는 안뜰이 있는 전통적인 모로코 주택을 개조한 숙소로, 겉보기에는 평범해 보이는 외관과 달리 문을 열고 들어서면 화려하고 평온한 별세계가 펼쳐집니다.
중앙의 안뜰은 보통 정원이나 분수로 꾸며져 있으며, 방들은 이 안뜰을 둘러싸고 배치되어 있습니다.
아름다운 타일 장식(젤리지), 섬세한 나무 조각, 전통적인 가구들은 모로코 예술과 공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리아드는 메디나의 번잡함 속에서도 조용하고 평화로운 휴식을 제공하며, 모로코 특유의 따뜻한 환대를 경험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입니다.
주인장이나 직원들과의 소박한 대화, 안뜰에서 즐기는 민트 티 한 잔, 또는 옥상 테라스에서 바라보는 메디나의 석양은 페스 여행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줍니다.
각 리아드마다 독특한 개성과 역사를 가지고 있어, 단순한 잠자리를 넘어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적 경험이 됩니다.

페스 메디나는 수 세기 동안 모로코 전통 공예의 중심지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곳의 장인들은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기술과 지혜를 바탕으로 도자기, 젤리지(Zellige) 타일, 금속 공예, 목공예, 직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 작품을 창조해냅니다.
특히 페스 블루로 알려진 독특한 푸른색 도자기는 이 지역의 상징이며, 손으로 하나하나 잘라 맞추는 젤리지 타일은 모로코 건축의 아름다움을 대표합니다.
구리와 황동을 두드려 만드는 정교한 등불과 쟁반, 시더나무로 만든 섬세한 가구와 문도 페스 장인들의 뛰어난 솜씨를 보여줍니다.
메디나 곳곳에는 작은 공방들이 자리하고 있어, 방문객들은 장인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하고 그들의 열정과 기술에 감탄할 수 있습니다.
이들의 손에서 탄생한 작품들은 단순한 기념품을 넘어, 모로코의 오랜 문화와 예술적 영혼을 담고 있는 소중한 보물입니다.
전통 공예는 페스 메디나의 경제적, 문화적 생명력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합니다.

페스 메디나를 여행하는 즐거움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풍부한 미식 경험입니다.
모로코 요리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페스는 다양한 향신료와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독특한 요리들을 선보입니다.
대표적인 음식으로는 오랜 시간 푹 끓여낸 '타진(Tagine)'과 찐 곡물로 만든 '쿠스쿠스(Couscous)'가 있습니다.
고기와 채소가 어우러진 타진은 그윽한 향과 깊은 맛으로 많은 이들을 사로잡습니다.
닭고기와 아몬드, 계피가 들어간 달콤 짭짤한 파이인 '파스티야(Pastilla)'는 특별한 날에 즐겨 먹는 별미입니다.
길거리 음식으로는 '하라라(Harira)' 수프나 양념된 고기를 꼬치에 꿰어 구운 '케밥(Kebab)' 등이 인기가 많습니다.
식사 후에는 달콤한 민트 잎과 설탕을 넣어 진하게 우려낸 '모로코 민트 티'를 마시며 여유를 즐기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메디나 내부의 전통 레스토랑이나 현지인들이 자주 찾는 작은 식당에서 진정한 모로코의 맛을 경험해 보세요.
각 요리에는 모로코의 역사와 문화가 담겨 있으며, 그 맛은 여행의 기억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