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바스 로마 목욕탕의 이야기는 로마 제국이 브리타니아(현재의 영국)를 정복한 서기 1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이 지역은 켈트족에게 신성한 의미를 지닌 온천수가 솟아나는 곳으로, 켈트 여신 술리스(Sulis)를 숭배하는 장소였습니다.
로마인들은 정복 과정에서 이 온천수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그들만의 뛰어난 공학 기술과 건축 지식을 활용하여 대규모 목욕탕 단지를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들은 켈트 여신 술리스를 자신들의 지혜와 전쟁의 여신인 미네르바(Minerva)와 동일시하며 '술리스 미네르바'라는 새로운 융합 신앙을 만들었고, 온천수 주변에 신전과 함께 거대한 공중목욕탕을 지어 '아쿠아 술리스(Aquae Sulis)', 즉 '술리스의 물'이라는 이름을 부여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물리적인 정복을 넘어 문화와 종교적 요소를 융합하려는 로마 제국의 통치 전략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입니다.
온천의 치료 효능에 대한 믿음은 로마 군인들과 정착민들에게 이 지역으로 이주할 강력한 동기를 부여했으며, 곧 아쿠아 술리스는 브리타니아 내에서 중요한 로마 도시이자 휴양지로 발전하게 되었습니다.

바스 로마 목욕탕은 고대 로마 건축과 공학 기술의 놀라운 증거입니다.
이 거대한 단지는 여러 개의 주요 시설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각 시설은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정교하게 설계되었습니다.
가장 중심이 되는 '그레이트 배스(Great Bath)'는 거대한 직사각형 풀로, 자연 온천수로 가득 차 있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목욕하고 교류하는 공간이었습니다.
이곳의 물은 매일 약 120만 리터가 솟아났으며, 연중 46도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했습니다.
그레이트 배스 외에도, 냉탕인 '프리기다리움(Frigidarium)', 온탕인 '테피다리움(Tepidarium)', 그리고 뜨거운 증기탕인 '칼다리움(Caldarium)'이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로마인들은 목욕 전에 운동을 즐기는 '팔라에스트라(Palaestra)'와 휴식을 위한 라운지 공간도 마련했습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하이포코스트(Hypocaust)'라 불리는 혁신적인 바닥 난방 시스템입니다.
바닥 아래에 기둥을 세워 공간을 만들고, 이곳으로 뜨거운 공기를 순환시켜 바닥과 벽을 데워 목욕탕 내부를 따뜻하게 유지했습니다.
또한, 납 파이프와 정교한 배수 시스템은 온천수를 끌어오고 사용된 물을 효과적으로 배출하는 데 사용되어, 당시 로마의 뛰어난 수자원 관리 기술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결합되어 바스 로마 목욕탕은 기능적이면서도 웅장한 건축미를 자랑했습니다.

로마인들에게 목욕탕은 단순한 위생 시설 이상의 의미를 지녔습니다.
그것은 도시 생활의 심장이자 사회생활의 필수적인 부분이었습니다.
바스 로마 목욕탕은 로마인들이 하루 일과를 마친 후 모여 휴식을 취하고, 친구들과 담소를 나누며, 비즈니스 거래를 하고, 심지어 정치적인 논의까지 펼치던 다목적 공간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차례로 냉탕, 온탕, 열탕을 오가며 몸을 정화하고 피로를 풀었으며, 전문 마사지사에게 마사지를 받거나 스크래퍼(스트리길)를 사용하여 몸의 때를 벗겨냈습니다.
목욕탕은 또한 남녀가 분리된 시간이나 구역에서 이용되었으며, 빈부 격차와 상관없이 모든 계층의 로마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공 시설이었습니다.
노예들은 주인의 목욕을 돕고 시설을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이러한 목욕 문화는 로마인들의 건강과 여가 생활에 깊이 관여했으며, 공동체 의식을 강화하고 사회적 결속을 다지는 데에도 크게 기여했습니다.
바스 로마 목욕탕은 로마 제국 전역에 퍼져 있던 목욕 문화의 전형을 보여주며, 고대 로마인들의 풍요로운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창을 제공합니다.

바스 로마 목욕탕의 존재를 가능하게 한 것은 바로 이 지역에서 솟아나는 신성한 온천수였습니다.
이 온천수는 수천 년 전부터 켈트족에게 치료와 정화의 능력을 지닌 것으로 믿어졌습니다.
로마인들은 켈트족의 이러한 믿음을 존중하면서도 자신들의 종교적 요소를 융합하여 독특한 '술리스 미네르바' 신앙을 확립했습니다.
목욕탕 단지 옆에는 술리스 미네르바 신전이 세워졌고, 사람들은 온천수에 동전이나 저주판(curse tablets)을 던져 신에게 소원을 빌거나 저주를 기원했습니다.
저주판은 주로 도난당한 물건을 돌려받거나 자신에게 해를 끼친 사람에게 복수를 해달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으며, 고대 로마인들의 개인적인 걱정과 바람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고고학적 자료로 남아있습니다.
신전과 목욕탕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던 것은 이 온천수가 단순한 목욕물이 아니라 신성한 치유의 샘물이자 신과의 소통의 매개체로 여겨졌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종교적 배경은 바스 로마 목욕탕이 단순한 위생 시설을 넘어 영적, 사회적 중요성을 동시에 지닌 복합적인 공간이었음을 명확히 보여줍니다.

로마 제국이 쇠퇴하고 서기 5세기경 브리타니아에서 로마 군대가 철수하면서, 바스 로마 목욕탕도 점차 그 기능을 상실하고 버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정교한 난방 및 배수 시스템은 관리되지 않았고, 건물의 일부는 무너지거나 약탈당했습니다.
수세기 동안 이 거대한 유적은 진흙과 잔해 속에 묻혀 잊혔으며, 중세 시대에는 그 위에 새로운 건물들이 지어지면서 완전히 지하에 묻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18세기 중반, 바스는 잉글랜드 상류층의 인기 있는 스파 도시로 다시 부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온천수가 다시 주목받고 도시가 발전하면서, 우연한 기회에 로마 시대의 유적들이 발견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1870년대 이후 대대적인 고고학적 발굴 작업이 시작되면서, 수천 년간 잠들어 있던 로마 목욕탕의 웅장한 모습이 세상에 다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발굴 팀은 엄청난 양의 진흙과 잔해를 걷어내고, 무너진 벽과 기둥을 복원하며 고대 로마의 건축물을 재구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유물과 저주판, 신전의 조각상 등이 발견되어 로마 시대의 생활과 신앙에 대한 귀중한 통찰을 제공했습니다.
이러한 재발견은 바스 로마 목욕탕이 단순한 유적이 아니라, 끊임없이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살아있는 역사임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날 바스 로마 목욕탕은 고대 로마 문명의 가장 잘 보존된 유적 중 하나로 평가받으며, 198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이는 인류의 역사와 문화에 있어 그 독보적인 가치를 국제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합니다.
바스 로마 목욕탕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고대 로마의 공학과 건축, 사회 문화, 그리고 종교적 신념을 연구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자료를 제공합니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과 학자들이 이곳을 찾아 로마인들의 생활 방식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고, 2천 년 전의 숨결을 느끼며 역사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합니다.
보존에 대한 끊임없는 노력은 이 유적지가 미래 세대에게도 고대 로마의 찬란한 유산을 전달할 수 있도록 합니다.
현대적인 박물관 시설과 상호작용적인 전시물, 그리고 상세한 오디오 가이드는 방문객들이 유적의 역사와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바스 로마 목욕탕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고대 문명의 지혜와 아름다움을 현대인들에게 끊임없이 영감을 주는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바스 로마 목욕탕의 존재는 도시 바스 자체의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로마 시대 이후 잊혔던 온천수는 18세기 조지 왕조 시대에 다시 빛을 발하며 바스를 잉글랜드 상류층의 대표적인 휴양 도시로 변모시켰습니다.
이때 지어진 아름다운 조지 왕조 양식의 건축물들은 도시 전체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게 한 중요한 요소가 되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고대 로마 목욕탕이 여전히 도시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도, 그 옆에는 현대적인 스파 시설인 '테르메 바스 스파(Thermae Bath Spa)'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곳에서는 방문객들이 고대 로마인들처럼 바스에서 솟아나는 자연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휴식을 취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과거의 유산이 단순한 박물관에 머무르지 않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계승되고 재해석되어 도시의 활력과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고대 로마인들이 즐겼던 목욕 문화가 2천 년이 지난 지금도 바스에서 생생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이 도시의 특별함을 더하며, 방문객들에게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바스 로마 목욕탕을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유적을 둘러보는 것을 넘어,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입구에서 제공되는 오디오 가이드는 한국어를 포함한 여러 언어를 지원하며, 각 구역의 역사와 기능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려줍니다.
'신성한 샘물(Sacred Spring)' 구역에서는 여전히 46도의 뜨거운 온천수가 솟아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으며, '그레이트 배스'의 에메랄드빛 물과 그 주변을 둘러싼 로마 건축물의 웅장함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박물관 내부에는 로마 시대의 동전, 보석, 조각상, 그리고 저주판 등 다양한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신앙을 구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재구성된 신전의 모습과 로마 병사, 시민들의 홀로그램은 방문객들을 고대 로마 시대로 더욱 몰입하게 만듭니다.
밤에는 목욕탕 주변에 조명이 켜져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더욱 로맨틱하고 신비로운 경험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방문객들은 유적을 통해 로마 시대의 위대한 문명과 그들이 남긴 유산의 가치를 생생하게 느끼고, 바스라는 도시의 아름다운 역사적 배경에 깊이 공감하게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