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약 1평방 킬로미터 면적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3천 년이 넘는 인류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곳은 기원전 10세기 다윗 왕이 예루살렘을 정복하고 수도로 삼은 이래로, 수많은 제국과 문명의 흥망성쇠를 목격해왔습니다.
바빌로니아, 페르시아, 헬레니즘, 로마, 비잔틴, 아랍, 십자군, 오스만 제국 등 각 시대의 지배자들은 저마다의 흔적을 남겼고, 이는 구시가지의 건축 양식과 문화에 깊이 새겨져 있습니다.
특히 현재의 성벽은 16세기에 오스만 제국의 술탄 쉴레이만 1세에 의해 재건된 것으로, 도시를 굳건히 둘러싸고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보호하는 역할을 해왔습니다.
이 성벽 안에서 유대교인들은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하고, 기독교인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마지막 발자취를 따라 비아 돌로로사를 걷고, 이슬람교인들은 황금 돔이 빛나는 바위 돔 사원과 알아크사 모스크에서 예배를 드립니다.
각 종교의 가장 신성한 장소들이 불과 몇 걸음 떨어진 곳에 공존하는 독특한 지형은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핵심 요소이며, 때로는 평화로운 공존의 상징이 되기도 하고, 때로는 복잡한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처럼 구시가지는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고, 종교적 신념과 일상생활이 밀접하게 얽혀 있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예루살렘 구시가지는 전통적으로 네 개의 주요 지구, 즉 유대인 지구, 기독교인 지구, 이슬람 지구, 그리고 아르메니아인 지구로 나뉘어 있습니다.
이들 각 지구는 고유한 역사, 문화, 건축 양식을 지니며, 구시가지 전체를 다채로운 모자이크처럼 만듭니다.
유대인 지구는 구시가지의 남동쪽에 위치하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파괴되었다가 재건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곳의 중심은 단연 유대교의 가장 성스러운 장소인 서쪽 벽, 즉 통곡의 벽입니다.
또한, 유대인 지구에는 룩소르 유적지와 같은 고고학적 발굴 현장과 수많은 유대교 회당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인 지구는 구시가지의 북서쪽에 자리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관련된 주요 성지들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성지는 바로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고 부활한 곳으로 여겨지는 성묘 교회입니다.
기독교인 지구의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십자가의 길인 비아 돌로로사의 정거장들을 만날 수 있으며, 다양한 교파의 수도원과 교회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슬람 지구는 구시가지의 북동쪽에 걸쳐 있으며,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합니다.
이곳의 핵심은 이슬람의 세 번째 성지인 하람 알-샤리프(성전 산) 위에 세워진 돔 오브 더 락과 알아크사 모스크입니다.
이슬람 지구는 활기찬 시장(수크)과 이슬람 학교, 모스크들로 가득 차 있어 중동 특유의 분위기를 물씬 풍깁니다.
마지막으로 아르메니아인 지구는 구시가지의 남서쪽에 위치하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독교 공동체 중 하나인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의 중심지입니다.
이곳은 고유한 언어와 문화, 전통을 보존하며 외부와는 다소 분리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성 야고보 성당과 아르메니아 박물관은 이 지구의 중요한 명소들입니다.
이 네 지구는 각자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 예루살렘 구시가지의 독특한 매력을 형성합니다.

유대인 지구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가장 깊은 유대교 신앙의 심장부입니다.
이곳의 모든 길은 서쪽 벽(Western Wall), 또는 유대인들에게 '코텔'로 불리는 통곡의 벽으로 향합니다.
이 벽은 기원전 1세기 헤로데 대왕 시대에 세워진 제2성전 서쪽 외벽의 잔해로, 유대인들에게는 성전이 파괴된 후 남은 가장 신성한 유적입니다.
수천 년 동안 유대인들은 이 벽 앞에서 기도하며 잃어버린 성전을 애도하고 메시아의 도래를 기다려왔습니다.
벽의 틈새에는 수많은 기도 쪽지들이 꽂혀 있으며, 남녀 기도 구역이 나뉘어 있습니다.
안식일과 유대교 축일에는 수많은 신자들이 모여 뜨거운 기도를 올리는 장관을 연출합니다.
통곡의 벽 광장 아래에는 '서쪽 벽 터널(Western Wall Tunnels)'이 존재하는데, 이는 땅속에 숨겨진 제2성전 시대의 거대한 구조물들을 탐험할 수 있는 신비로운 공간입니다.
고대 수로, 거대한 돌 블록, 그리고 성전 산 아래의 숨겨진 길들을 따라가다 보면, 로마 시대의 거리와 고대 예루살렘의 모습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습니다.
유대인 지구는 또한 재건된 후에도 여전히 많은 고고학적 유적들이 발굴되고 있습니다.
비잔틴 시대의 거리인 카르도(Cardo) 유적은 로마 시대의 번화했던 상업 중심지를 보여주며, 다윗의 망대(Tower of David) 박물관은 예루살렘의 3천 년 역사를 파노라마처럼 보여주는 중요한 랜드마크입니다.
이 모든 유적들은 유대인들의 깊은 역사적 뿌리와 종교적 열정을 증명하며, 방문객들에게 경외감을 불러일으킵니다.

기독교인 지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의 흔적을 따라가는 성지순례의 핵심입니다.
이 지구의 가장 중요한 중심은 단연 성묘 교회(Church of the Holy Sepulchre)입니다.
이곳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히고, 묻히고, 부활한 장소로 전통적으로 추정되는 곳입니다.
4세기에 로마 황제 콘스탄티누스의 어머니 헬레나에 의해 처음 교회가 세워진 이래, 수세기에 걸쳐 파괴와 재건을 반복하며 현재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교회 안에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혔던 골고다 언덕(갈보리), 시신을 닦았던 돌 판, 그리고 부활을 상징하는 빈 무덤(에디큘)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로마 가톨릭, 그리스 정교회, 아르메니아 사도 교회, 콥트 정교회, 시리아 정교회, 에티오피아 정교회 등 여러 기독교 교파가 복잡하게 교회를 공동 관리하고 있으며, 이는 교회 내부의 공간 배치와 전례에서도 드러납니다.
성묘 교회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비아 돌로로사(Via Dolorosa)’ 즉, ‘슬픔의 길’입니다.
이는 예수님이 십자가를 지고 걸었던 마지막 길을 재현한 것으로, 총 14개의 정거장(스테이션)을 통해 예수님의 수난 과정을 기념합니다.
사자 문 근처에서 시작하여 성묘 교회로 이어지는 이 길을 따라 순례자들은 묵상하며 걷습니다.
길가에는 작은 예배당, 십자가 표시, 그리고 수많은 상점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이외에도 기독교인 지구에는 구세주 교회, 세례 요한 성당 등 다양한 역사 깊은 교회와 수도원들이 자리하고 있어, 기독교 신앙의 깊이를 체험할 수 있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이슬람 지구는 예루살렘 구시가지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며, 이슬람 문명과 문화의 중심지입니다.
이 지구의 가장 눈에 띄는 랜드마크는 단연 황금 돔 지붕을 자랑하는 바위 돔 사원(Dome of the Rock)입니다.
이 사원은 7세기 말에 건설되었으며, 이슬람교도들에게는 예언자 무함마드가 승천하여 알라를 만났다고 전해지는 성스러운 바위 위에 세워졌습니다.
그 옆에는 이슬람의 세 번째 성지인 알아크사 모스크(Al-Aqsa Mosque)가 자리하고 있어, 수많은 이슬람 신자들이 이곳을 찾아 예배를 드립니다.
하람 알-샤리프(성전 산)라고 불리는 이 넓은 고원 지대는 이슬람교도들에게는 가장 중요한 성지 중 하나이지만, 유대인들에게는 성전 산으로 불리며 과거 솔로몬 성전과 헤로데 성전이 있었던 자리로 여겨지기 때문에, 종교적 긴장이 늘 상존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슬람 지구는 또한 활기찬 시장, 즉 '수크(Souq)'로 유명합니다.
좁고 미로 같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 보면, 향신료, 직물, 보석, 수공예품 등 다양한 상품을 파는 상점들이 끝없이 이어집니다.
상인들의 활기찬 호객 소리와 흥정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뒤섞여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이곳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공간을 넘어, 지역 주민들의 일상생활과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생생한 현장입니다.
이슬람 지구에는 또한 많은 이슬람 학교(마다라사)와 역사 깊은 모스크들이 있어, 이슬람 학문과 신앙의 전통이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중동의 정취와 함께 수천 년간 이어진 이슬람 문명의 깊이를 느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