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아바나 구시가지의 심장부에는 스페인 식민 시대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네 개의 주요 광장이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광장인 아르마스 광장(Plaza de Armas)은 한때 군사 퍼레이드가 열리던 곳으로, 현재는 헌책방과 예술품 상인들이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광장 주변에는 옛 총독의 거주지였던 카피타네스 헤네랄레스 궁전(Palacio de los Capitanes Generales)이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며, 쿠바의 역사와 문화를 엿볼 수 있는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대성당 광장(Plaza de la Catedral)은 쿠바 바로크 양식의 정수라 불리는 아바나 대성당(Catedral de San Cristobal de La Habana)을 중심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그 독특한 비대칭적인 외관과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감탄을 자아냅니다.
특히 석회암으로 지어진 대성당의 외벽은 주변 건물들과 어우러져 구시가지 특유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완성합니다.
이처럼 각 광장은 고유한 이야기와 건축 양식을 품고 있으며, 아바나의 다채로운 매력을 오롯이 보여주는 중요한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아바나 구시가지의 또 다른 핵심 광장인 비에하 광장(Plaza Vieja)은 과거 대규모 행사와 투우 경기가 열리던 장소였지만, 오늘날에는 활기 넘치는 카페와 레스토랑, 갤러리가 즐비한 문화 예술의 중심지로 변모했습니다.
이곳에서는 매일 라이브 음악이 흘러나오고, 거리 예술가들의 공연이 펼쳐져 방문객들에게 끊임없는 즐거움을 선사합니다.
광장 중앙에는 독특한 현대 미술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엿볼 수 있으며, 주변의 아름다운 색색의 건물들은 마치 그림엽서 같은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한편, 항구와 인접한 산 프란시스코 데 아시스 광장(Plaza de San Francisco de Asis)은 과거 무역의 중심지였던 아바나의 번성했던 시기를 짐작하게 합니다.
광장에는 상선을 지키는 수호성인 성 프란시스코를 모신 산 프란시스코 데 아시스 대성당과 종탑이 우뚝 솟아 있으며, 종탑에 오르면 아바나 항구와 구시가지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역사적 공간을 넘어, 아바나의 무역과 종교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생생한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아바나 구시가지의 심장을 가로지르는 오비스포 거리(Calle Obispo)는 방문객이라면 반드시 거닐어야 할 필수 코스입니다.
이 거리는 고풍스러운 상점, 활기찬 레스토랑, 그리고 흥미로운 갤러리들이 끝없이 이어져 아바나 사람들의 일상과 관광객들의 활력이 뒤섞이는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상점에서는 쿠바 전통 공예품, 시가, 럼주 등 다양한 기념품을 판매하며, 거리 곳곳에서는 쿠바 음악인들의 즉흥 연주를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특히 오비스포 거리와 그 주변에는 세계적인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발자취가 깊이 남아 있습니다.
헤밍웨이가 모히또를 즐겨 마셨다는 라 보데기타 델 메디오(La Bodeguita del Medio)와 다이키리의 본고장으로 알려진 엘 플로리디타(El Floridita)는 아바나를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한 번쯤 들러 그의 체취를 느껴보고 싶어 하는 명소입니다.
이곳들은 단순한 바를 넘어 아바나의 문화적 상징으로 자리 잡았으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헤밍웨이의 문학과 쿠바의 정취를 동시에 선사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오비스포 거리는 아바나의 현재를 가장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자, 위대한 문학가의 영감이 서린 역사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아바나 구시가지의 거리를 거닐다 보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에 빠지게 됩니다.
그 중심에는 바로 형형색색의 올드카들이 있습니다.
1950년대 미국에서 수입된 클래식 자동차들은 쿠바 혁명 이후 수십 년 동안 부품 수급의 어려움 속에서도 쿠바인들의 뛰어난 정비 기술로 보존되고 활용되어 왔습니다.
이 올드카들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아바나의 상징이자 살아있는 역사입니다.
거리를 수놓는 쉐보레, 캐딜락, 폰티악 등의 차량들은 방문객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아바나 구시가지의 고풍스러운 배경과 어우러져 독특한 사진 촬영 기회를 제공합니다.
올드카 택시를 타고 구시가지를 한 바퀴 도는 것만으로도 아바나의 낭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또한 아바나의 밤은 쿠바 재즈와 살사 음악의 선율로 가득 채워집니다.
거리 곳곳의 바와 클럽에서는 열정적인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며, 사람들은 음악에 맞춰 자연스럽게 몸을 흔들고 노래를 따라 부릅니다.
이러한 음악은 아바나 구시가지의 활기찬 에너지를 더욱 고조시키며, 쿠바 사람들의 삶과 애환, 그리고 기쁨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습니다.
올드카와 재즈는 아바나 구시가지가 선사하는 잊을 수 없는 경험의 핵심 요소이며, 이곳의 독특한 분위기를 완성하는 중요한 문화적 자산입니다.

아바나 구시가지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후, 그 고유한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스페인 식민 시대의 건축물들은 섬세한 복원 작업을 거쳐 본래의 아름다움을 되찾고 있으며, 이는 단순한 건물 보존을 넘어 아바나의 정체성을 지키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그러나 동시에 쿠바는 변화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으며, 현대화와 관광 산업의 발전은 구시가지의 고유한 분위기와 보존 노력 사이에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겨주고 있습니다.
낙후된 시설을 개선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동시에, 역사적 유산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바나 구시가지 보존 사무소(Oficina del Historiador de la Ciudad)는 이러한 도전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며, 복원 사업을 통해 관광 수익을 창출하고 이를 다시 보존에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아바나 구시가지는 과거의 영광을 되찾으며 동시에 현대적인 활력을 불어넣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바나 구시가지가 과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면서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으로서 그 빛을 잃지 않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