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보로부두르 사원의 정확한 건설 시기와 목적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연구가 진행 중이지만, 일반적으로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초에 걸쳐 약 75년에 걸쳐 사일렌드라 왕조에 의해 축조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당시 중부 자바를 지배했던 사일렌드라 왕조는 강력한 해상 무역을 바탕으로 번영을 누렸으며, 불교를 국교로 삼아 다양한 불교 건축물을 남겼습니다.
보로부두르는 그 정점이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10세기경, 자바의 정치적 중심지가 동부 자바로 이동하고 므라피 화산의 빈번한 활동으로 인해 사원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혔고, 화산재와 울창한 정글 속에 파묻히게 되었습니다.
거의 천 년 동안 잠들어 있던 보로부두르는 1814년 자바를 통치하던 영국의 총독 토마스 스탬포드 래플스 경에 의해 우연히 재발견되었습니다.
그는 원주민들로부터 거대한 석조 유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네덜란드인 기술자 헤르만 코르넬리우스에게 탐사를 지시했습니다.
코르넬리우스와 그의 팀은 수천 명의 주민들을 동원하여 무성한 식물들을 걷어내고 흙더미를 치우며 사원의 윤곽을 드러냈습니다.
이 극적인 재발견은 세계 역사학계와 고고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고, 이후 보로부두르의 복원과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보로부두르의 이야기는 자연의 힘과 인간의 간과 속에서 잊혀졌던 위대한 문명의 유산이 어떻게 다시 빛을 보게 되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줍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단순히 돌을 쌓아 올린 건축물이 아니라, 불교의 우주관과 깨달음에 이르는 과정을 완벽하게 형상화한 거대한 입체 만다라입니다.
기단부와 세 개의 원형 테라스, 그리고 중앙의 대탑으로 이루어진 이 구조는 크게 세 개의 구역으로 나뉩니다.
첫 번째 구역은 '카마다투(Kamadhatu)', 즉 욕계(欲界)를 상징합니다.
이는 중생들이 탐욕과 욕망에 얽매여 살아가는 세속적인 세계를 의미하며, 사원의 가장 아래층에 위치합니다.
원래는 사원을 보강하기 위해 흙으로 덮여 있었으나, 복원 과정에서 일부가 드러나 이곳에 새겨진 부조들을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 구역은 '루파다투(Rupadhatu)', 즉 색계(色界)를 나타냅니다.
사원의 중간층에 해당하는 정사각형의 테라스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물질적인 형태(色)를 가지고 있으나 욕망에서 벗어난 세계를 상징합니다.
이곳에는 벽면에 정교한 부조들이 연속적으로 새겨져 있으며, 수많은 불상들이 사방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마지막 세 번째 구역은 '아루파다투(Arupadhatu)', 즉 무색계(無色界)를 의미합니다.
사원의 최상층에 위치한 세 개의 원형 테라스와 중앙의 거대한 종 모양의 대탑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질적인 형태와 욕망, 번뇌에서 완전히 벗어나 순수한 정신의 세계에 이른 경지를 표현합니다.
이곳에는 종 모양의 스투파(Stupa) 안에 갇힌 불상들이 고요함을 더하며, 물질적 형태를 초월한 깨달음의 궁극적인 상태를 암시합니다.
사원의 모든 구조는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수록 번뇌를 벗어나 열반에 이르는 불교적 순례의 길을 시각적으로 구현하고 있습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의 가장 경이로운 특징 중 하나는 사원 벽면을 가득 채운 수많은 부조와 불상들입니다.
사원 전체에는 총 2,672개의 부조 패널이 새겨져 있으며, 그 길이를 모두 합치면 약 3km에 달합니다.
이 부조들은 불교 경전의 내용을 기반으로 붓다의 생애, 자타카(Jataka) 이야기(붓다의 전생 이야기), 아바다나(Avadana) 이야기(불교 영웅들의 이야기), 그리고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찾아 나서는 구법의 여정을 담은 '화엄경 입법계품'의 내용 등을 섬세하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사원의 기단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층층이 올라가며 이 부조들을 따라 걸으면, 마치 불교의 가르침과 붓다의 일생을 파노라마처럼 경험하게 됩니다.
각 층의 부조는 깨달음을 향한 단계적인 여정을 상징하며, 이를 통해 순례자들은 시각적인 교육과 영적인 성장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또한 사원 곳곳에는 총 504개의 불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특히 루파다투 층의 각 테라스에는 사방을 바라보는 불상들이 줄지어 있으며, 아루파다투 층의 원형 테라스에는 타공 스투파(종 모양의 석탑) 안에 갇힌 불상들이 고요히 앉아 있습니다.
이 불상들은 모두 손의 자세(무드라)가 다르며, 각기 다른 깨달음의 단계와 가르침을 상징합니다.
특히 최상층 중앙 대탑 내부에는 미완성 상태의 붓다상이 있었다고 전해지는데, 이는 궁극적인 깨달음의 경지는 형상으로 표현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되기도 합니다.
보로부두르의 부조와 불상들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고대 자바인들의 뛰어난 예술성과 깊은 신앙심, 그리고 불교 교리를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했던 지혜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위대한 문화유산입니다.

19세기 초 재발견된 보로부두르는 오랜 세월 동안 방치되어 자연재해와 인공적인 훼손으로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습니다.
특히 므라피 화산의 폭발로 인한 화산재와 지진, 열대 기후의 습기와 잦은 강우, 그리고 식물들의 뿌리가 돌 틈을 파고들어 구조적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았습니다.
이에 1907년부터 1911년까지 네덜란드 고고학자 테오도르 판 에르프(Theodoor van Erp) 주도하에 대규모 복원 작업이 이루어졌으나, 이는 사원의 구조적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20세기 중반에 이르러 보로부두르의 훼손이 더욱 심각해지자, 인도네시아 정부는 유네스코(UNESCO)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1973년부터 1983년까지 약 10년간 진행된 유네스코 국제 복원 프로젝트는 인류 역사상 가장 대규모의 고고학적 복원 사업 중 하나로 기록됩니다.
이 프로젝트는 사원의 모든 돌을 해체한 후, 개별적인 돌들을 세척하고 보존 처리하며, 내부 배수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새로운 콘크리트 기반 위에 재조립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현대 과학 기술과 고고학적 지식이 총동원된 이 작업 덕분에 보로부두르는 현재의 웅장한 모습을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1991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에도 보로부두르의 보존 노력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방문하면서 발생하는 마모와 환경 변화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 그리고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부터 사원을 보호하기 위한 연구와 예방 조치들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보로부두르의 보존은 단일 국가의 노력을 넘어선, 인류 공동의 책임이자 문화유산 보호의 모범 사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을 방문하는 것은 단순히 관광지를 둘러보는 것을 넘어, 고대 문명의 숨결과 불교 철학의 정수를 온몸으로 느끼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입니다.
특히 이곳의 하이라이트는 새벽 일출 감상입니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밝아오는 하늘과 함께 거대한 사원 실루엣이 드러나고, 므라피 화산의 장엄한 풍경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평생 잊지 못할 장관을 선사합니다.
일출 투어는 별도의 입장료가 있으며, 사원 개장 시간 전에 입장하여 감상할 수 있습니다.
족자카르타 시내에서 보로부두르까지는 차량으로 약 1시간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택시, 그랩(Grab), 또는 투어 프로그램을 통해 접근할 수 있습니다.
방문 시에는 사원이 종교적인 장소임을 고려하여 어깨와 무릎을 가리는 단정한 복장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복장이 부적절할 경우, 사원 입구에서 사롱을 대여할 수 있습니다.
사원 내에서는 조용하고 경건한 태도를 유지하고, 부조나 불상을 만지는 행위는 삼가야 합니다.
보로부두르 주변에는 또 다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힌두 사원 프람바난(Prambanan) 사원과 소규모 불교 사원인 멘둣(Mendut) 사원, 파원(Pawon) 사원 등이 있어 함께 둘러보면 더욱 풍성한 문화유산 탐방을 즐길 수 있습니다.
인도네시아의 뜨거운 햇볕을 피하기 위해 모자나 양산을 준비하고 충분한 물을 챙기는 것도 현명한 방법입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단순한 고대 건축물이나 종교 유적을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인류에게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이 거대한 석조 만다라는 불교적 깨달음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함으로써, 중생들이 욕계에서 벗어나 색계를 거쳐 무색계의 열반에 이르는 길을 묵묵히 제시합니다.
2,672개의 부조에 새겨진 붓다의 생애와 전생 이야기는 연민, 자비, 인내, 지혜와 같은 보편적인 인간적 가치와 도덕률을 가르치며, 504개의 불상은 고요하고 평화로운 깨달음의 상태를 보여줍니다.
보로부두르는 또한 고대 자바 문명의 뛰어난 기술력과 예술성을 입증하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복잡한 건축 설계, 정교한 조각 기술, 그리고 수많은 돌들을 정교하게 결합하여 거대한 구조물을 완성한 능력은 당시 문명의 수준을 짐작하게 합니다.
동시에 이는 공동체의 협력과 헌신, 그리고 숭고한 정신적 목표를 향한 인간의 끊임없는 노력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경이로운 결과물입니다.
현대에 와서 보로부두르는 전 세계인에게 평화와 조화, 그리고 영적인 탐구를 상징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종교적 배경과 상관없이 고대인들의 정신세계와 위대한 예술 앞에 겸손함을 느끼며, 내면의 성찰과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인류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인 가치와 지혜를 담고 있으며, 자연과의 조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고민하게 하는 불멸의 유산으로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