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12사도 바위의 장엄한 모습은 약 1천만 년에서 2천만 년 전부터 시작된 자연의 위대한 예술 작품입니다.
거친 남극해의 파도와 강렬한 바람은 해안선을 이루는 부드러운 석회암 절벽을 끊임없이 침식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절벽에 해식 동굴이 형성되었고, 시간이 흐르면서 이 동굴들은 점차 아치 형태로 확장되었습니다.
결국 아치의 상단부가 붕괴하면서, 해안선에서 고립된 채 홀로 우뚝 솟아오른 거대한 석회암 기둥들이 남게 되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 우리가 보는 12사도 바위의 모습입니다.
이러한 침식 과정은 현재도 진행 중이며, 바위들은 해마다 2cm가량 깎여나가고 있습니다.

12사도 바위는 그 이름과 달리 처음부터 12개의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원래는 '피나클스(The Pinnacles)' 또는 '암퇘지와 새끼들(Sow and Pigs)' 등으로 불렸으며, 20세기 초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성경의 12사도에서 이름을 따와 '12사도'로 명명되었다고 합니다.
사실, 이 지역이 관광지로 조성된 1950년대에도 바위의 개수는 9개에 불과했습니다.
지속적인 자연 침식으로 인해 2005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거대한 기둥들이 붕괴하면서, 현재는 대부분의 관광객이 7개 또는 8개의 바위를 볼 수 있습니다.
메인 전망대에서는 6개의 바위를 가장 선명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이 숫자는 앞으로도 계속 변할 수 있습니다.

멜버른에서 12사도 바위까지 가는 길은 그 자체로 잊을 수 없는 여행입니다.
멜버른 시내에서 서쪽으로 약 275km 떨어져 있으며,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따라 약 4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이 도로는 단순히 경치 좋은 길을 넘어 역사적인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군인들이 귀국 후 경제 공황으로 인한 실업난 해소를 위해 직접 건설한 것으로, 전사자들을 기리는 추모 도로의 역할을 합니다.
길을 따라 토키, 론, 아폴로 베이와 같은 매력적인 해안 마을들을 지나며, 서핑 명소, 울창한 숲, 코알라 서식지 등 다양한 볼거리를 만날 수 있습니다.
내륙의 프린세스 하이웨이를 이용하면 멜버른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12사도 바위를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시간은 단연 해돋이와 해질녘입니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오후에는 바위에 부딪히는 햇빛이 다채로운 색상으로 변하며 황홀한 풍경을 연출합니다.
특히 일출 시간에는 비교적 한산하여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하고 사진을 찍기 좋습니다.
12사도 바위 주변에는 깁슨 스텝스(Gibson Steps),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 런던 아치(London Arch), 더 그로토(The Grotto)와 같은 경이로운 해안 절경들이 포트 캠벨 국립공원 내에 펼쳐져 있습니다.
깁슨 스텝스에서는 해변으로 내려가 바위를 더욱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으며, 로크 아드 고지는 드라마틱한 해안선과 비극적인 난파선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헬리콥터 투어를 통해 하늘에서 12사도 바위와 주변 경관을 한눈에 조망하는 것도 추천하는 방법입니다.

12사도 바위는 끊임없는 침식으로 인해 그 모습이 계속해서 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자연적인 변화 과정 속에서도 빅토리아 주 정부는 이 소중한 자연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2사도 바위가 위치한 포트 캠벨 국립공원과 12사도 해양 국립공원에서는 생태계 보호와 함께 방문객들이 안전하게 자연을 경험할 수 있도록 산책로, 전망대, 방문자 센터 등의 시설을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자연적인 침식으로 인해 현재의 바위들이 언젠가 사라질 수도 있지만, 과학자들은 주변 해안 절벽들이 미래에 새로운 바위 기둥으로 형성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12사도 바위가 영원히 살아 숨 쉬는 지구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상징임을 의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