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샹보르 성의 건설은 1519년, 젊고 패기 넘치던 프랑수아 1세 국왕의 명령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탈리아 원정에서 르네상스 문화에 깊은 감명을 받은 그는 자신의 왕권을 과시하고 사냥을 즐기기 위한 호화로운 별장을 꿈꾸었습니다.
당시 블루아 백작의 작은 성이 있던 자리에 세워진 샹보르 성은 프랑스 전통 중세 양식과 이탈리아 고전 건축 양식이 독특하게 조화된 프랑스 르네상스 건축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인 건축물입니다.
국왕의 막대한 관심과 지원에도 불구하고 성은 그의 생전에 완성되지 못했고, 태양왕 루이 14세에 이르러 비로소 그 웅장한 모습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샹보르 성의 가장 큰 건축적 특징 중 하나는 전설적인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영향이 짙게 묻어난다는 점입니다.
비록 다빈치는 성의 착공 전에 세상을 떠났지만, 그가 남긴 수많은 스케치와 아이디어는 샹보르 성의 설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특히 성의 중앙에 위치한 '이중 나선형 계단'은 다빈치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백미로 꼽힙니다.
두 개의 나선형 계단이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교차하지 않고 위로 솟아 있어, 오르내리는 사람들이 서로 마주치지 않도록 설계된 혁신적인 구조는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공학적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이 계단을 통해 성의 가장 높은 랜턴 타워에 오르면 주변의 광활한 경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샹보르 성은 루아르 계곡에 있는 성들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합니다.
가로 156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파사드와 440개의 방, 365개의 창문, 282개의 벽난로, 그리고 84개의 계단은 그 압도적인 크기를 실감하게 합니다.
성의 외벽은 절제된 우아함을 보여주지만, 지붕 위에는 중세 요새를 연상시키는 수많은 굴뚝과 포탑, 그리고 첨탑들이 복잡하면서도 조화롭게 솟아 있어 마치 '하늘 도시'와 같은 독특한 스카이라인을 연출합니다.
성 곳곳에는 프랑수아 1세의 문장인 '불을 뿜는 도롱뇽'이 700개 이상 새겨져 있어, 성 전체가 왕의 권위와 야망을 선언하는 거대한 기념비처럼 느껴집니다.
이러한 세밀한 장식들은 샹보르 성의 역사적 깊이를 더해줍니다.

샹보르 성은 원래 사냥을 위한 별장으로 지어졌지만, 여러 왕들을 거치며 그 용도가 확장되고 변화했습니다.
특히 루이 14세는 이 성을 유난히 아껴 자주 머물렀으며, 성에서 성대한 연회와 사냥을 즐겼습니다.
심지어 당대 최고의 극작가 몰리에르의 희극 '서민 귀족'이 이곳에서 초연되는 등, 샹보르 성은 단순한 왕실의 거처를 넘어 문화와 예술이 꽃피는 중요한 장소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성 주변을 둘러싼 약 50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유럽에서 가장 큰 삼림 정원은 오늘날에도 다양한 야생동물이 서식하는 자연 보호 구역이자 관광객들이 산책과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샹보르 성은 1840년 프랑스 역사 기념물로 지정되었고, 1981년에는 루아르 계곡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성은 18세기 이후 외부 개수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아 건설 당시의 원형이 잘 보존되어 있으며, 이는 오늘날 우리가 르네상스 시대의 건축 양식과 왕실 문화를 생생하게 엿볼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방문객들은 히스토패드나 오디오 가이드를 통해 각 방의 르네상스 시대 모습을 상상하며 성 내부를 탐험할 수 있으며, 승마 쇼나 미술 전시회 등 다양한 문화 행사도 즐길 수 있습니다.
샹보르 성은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시대를 초월하여 인류에게 영감을 주는 살아있는 문화유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