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간 바간 유적지 -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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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땅, 미얀마 바간: 천년 왕국의 숨결을 찾아 떠나는 여정


미얀마 바간은 이라와디 강변에 펼쳐진 광활한 평야 위에 수천 개의 고대 사원과 탑이 장엄하게 솟아 있는 세계적인 불교 유적지입니다.
한때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강력했던 파간 왕조의 수도였던 이곳은 11세기부터 13세기 사이에 번성하며 수많은 사원을 건축했고, 그 흔적들이 오늘날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어 방문객들에게 시공을 초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번 포스팅은 바간의 황홀한 역사와 문화유산, 그리고 이곳에서 경험할 수 있는 다채로운 매력을 깊이 있게 탐구하며, 왜 바간이 수많은 여행자들의 버킷리스트에 오르는지 그 이유를 조명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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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간, 파간 왕조의 영광과 몰락

바간의 역사는 서기 2세기경 시작되었으나, 진정한 황금기는 11세기 아노라타 왕(Anawrahta, 1044-1077 재위)이 파간 왕조를 통일하고 상좌부 불교를 국교로 선포하면서부터였습니다.
아노라타 왕은 몬족의 수도 타톤을 정복하고 몬족의 불교 경전과 장인들을 바간으로 데려와 불교 건축 붐을 일으켰습니다.
이후 챤싯타 왕(Kyansittha, 1084-1113 재위)과 알라웅싯후 왕(Alaungsithu, 1113-1167 재위) 등 여러 왕들이 그 뒤를 이어 막대한 부와 인력을 동원하여 200년 동안 무려 만 개가 넘는 사원과 탑, 수도원을 건설했습니다.
이 시기에 바간은 정치, 경제, 문화, 종교의 중심지로 동남아시아에서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했으며, 불교 건축과 예술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들을 탄생시켰습니다.
그러나 13세기 후반, 잦은 몽골군의 침략과 내부 분열로 인해 파간 왕조는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고, 결국 1287년 몽골군의 침공으로 왕조는 멸망하고 바간은 수도로서의 기능을 상실하게 됩니다.
수천 개의 사원 중 현재 약 2,200여 개만이 남아 그 옛날의 영화를 묵묵히 증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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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지혜가 깃든 건축 미학: 바간 사원의 다양성

바간에 남아 있는 수많은 사원들은 그 규모와 형태, 양식 면에서 놀라운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크게 스투파(Stupa)와 꾸(Gu)라는 두 가지 건축 양식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스투파는 주로 부처님의 사리나 유물을 봉안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종 모양의 돔 위에 첨탑이 솟아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대표적으로 쉐산도 파고다나 탓빈뉴 사원 등이 스투파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반면 꾸는 내부 공간이 있는 사원으로, 부처님을 모신 불상과 벽화로 장식된 회랑을 따라 순례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아난다 사원이나 다마얀지 사원이 꾸의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바간의 사원들은 미얀마의 전통 건축 양식 외에도 인도 팔라 왕조, 몬족, 쀼족의 예술적 영향이 융합되어 독특한 아름다움을 창조했습니다.
주로 붉은 벽돌을 쌓아 올리고 석회 반죽으로 마감한 후 섬세한 조각과 스투코(Stucco) 장식으로 꾸며졌으며, 내부에는 다채로운 불상과 프레스코 벽화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각 사원은 왕조의 왕과 왕비, 혹은 귀족들에 의해 건립되었으며, 그들의 신심과 예술적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바간의 상징, 대표 사원들을 거닐다

바간에는 수많은 사원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눈길을 사로잡는 몇몇 사원들은 바간 여행의 필수 코스입니다.
'바간의 웨스트민스터 사원'이라 불리는 **아난다 사원(Ananda Temple)**은 1105년 챤싯타 왕이 건립한 사원으로, 파간 건축 예술의 걸작으로 평가받습니다.
흰색 외벽과 황금빛 뾰족한 첨탑이 조화를 이루며, 사방으로 뻗은 십자형 구조와 거대한 목조 불상들이 인상적입니다.
**쉐산도 파고다(Shwesandaw Pagoda)**는 바간 최고의 일출/일몰 명소로 유명하며, 가파른 계단을 올라 정상에 서면 광활한 평야에 펼쳐진 수많은 사원들의 파노라마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습니다.
'만물의 지혜'를 뜻하는 **땃빈뉴 사원(Thatbyinnyu Temple)**은 61미터 높이의 웅장한 규모를 자랑하며, 바간에서 가장 높은 사원 중 하나로 꼽힙니다.
복잡한 벽돌 세공과 섬세한 조각이 돋보입니다.
반면 **다마얀지 사원(Dhammayangyi Temple)**은 바간에서 가장 넓은 규모를 자랑하지만, 살인자였던 나라투 왕이 아버지의 복수를 두려워하여 속죄의 의미로 건설했다는 어두운 전설을 품고 있습니다.
완벽하게 밀봉된 내부 통로가 미스터리함을 더합니다.
이 외에도 화려한 벽화로 유명한 **술라마니 사원(Sulamani Temple)**, 이국적인 석조 조각이 돋보이는 **틸로민로 사원(Htilominlo Temple)**, 그리고 작은 규모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벽화가 보존된 **구뱌우지 사원(Gubyaukgyi Temple)** 등 각기 다른 매력을 지닌 사원들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 방문객들은 저마다의 이야기를 찾아 바간의 미로 속을 헤매게 됩니다.


천년 고도에서 즐기는 잊을 수 없는 경험들

바간을 방문하는 여행자들에게는 단순히 사원을 둘러보는 것을 넘어,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한 순간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간 여행의 백미는 단연 일출과 일몰 감상입니다.
수천 개의 사원 실루엣 위로 떠오르거나 지는 해는 숨 막히게 아름다운 장관을 연출하며, 특히 **쉐산도 파고다**나 **띠로민로 사원** 근처의 전망 포인트는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명소입니다.
상공에서 바간의 전경을 조망하는 **열기구 투어**는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합니다.
이른 새벽, 오렌지빛 하늘을 배경으로 떠오르는 열기구 무리는 바간의 상징적인 풍경이 되었으며, 지상에서는 볼 수 없는 웅장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사원들을 탐방하는 방법 또한 다양합니다.
전통적인 **마차**를 타고 흙먼지 날리는 길을 달리며 옛 왕조의 정취를 느끼거나, **전기 스쿠터(E-Bike)**를 대여하여 자유롭게 원하는 사원을 찾아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전거를 타고 여유롭게 바람을 가르며 숨겨진 사원을 발견하는 즐거움도 있습니다.
또한, 바간은 미얀마 전통 **칠기 공예(Lacquerware)**의 본고장입니다.
현지 공방을 방문하여 장인들이 수십 번의 칠과 건조 과정을 거쳐 섬세한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고, 기념품으로 아름다운 칠기 제품을 구매할 수도 있습니다.
이 외에도 현지 시장을 둘러보며 미얀마 사람들의 일상을 엿보고, 전통 음식과 음료를 맛보는 등 바간은 오감을 만족시키는 다채로운 경험으로 가득합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바간: 보존과 지속 가능한 관광의 과제

2019년, 바간은 마침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이는 수십 년간의 노력과 수많은 난관을 극복한 결과였습니다.
과거 미얀마 군사정권 시절, 복원 과정에서 현대적인 재료와 방식으로 유적의 원형을 훼손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으며, 2016년에는 강력한 지진으로 수백 개의 사원이 손상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유네스코 등재 이후, 바간은 더욱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보존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등재는 바간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고 관광객 유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동시에 유적지 보존과 지속 가능한 관광이라는 중요한 과제를 안겨주었습니다.
늘어나는 방문객들로부터 유적을 보호하고, 지역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바간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지켜나가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이 요구됩니다.
방문객들 또한 바간의 소중한 유산에 대한 존중을 바탕으로 책임감 있는 관광을 실천해야 합니다.
사원 내부에서는 정숙을 유지하고, 문화유산에 손상을 줄 수 있는 행위를 삼가며, 현지 문화를 존중하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바간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서 미래 세대에 온전히 전해져야 할 가치 있는 보물이기 때문입니다.


마무리

바간은 시간이 멈춘 듯한 고요함 속에서 천년 왕국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경이로운 장소입니다.
붉은 흙먼지 사이로 고고하게 솟아 있는 수천 개의 사원들은 지나간 왕조의 영광과 불교 정신의 깊이를 묵묵히 이야기하며, 방문객들에게 깊은 성찰과 감동을 선사합니다.
해가 뜨고 지는 순간마다 황금빛으로 물드는 바간의 풍경은 그 어떤 화려한 휴양지에서도 느낄 수 없는 신비롭고 영적인 경험을 제공합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은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과거와 현재를 잇는 시간 여행자가 되어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깨달음을 얻게 될 것입니다.
바간은 단순한 유적지가 아닌, 살아 숨 쉬는 역사이자 영혼의 안식처로 우리의 기억 속에 영원히 각인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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