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 pixabay
시간을 초월한 도시: 에리트레아 아스마라의 아르데코 건축
아프리카 동북부의 에리트레아 수도 아스마라는 해발 2,325m 고원에 위치한 독특한 도시다.
이곳은 20세기 초중반 이탈리아 식민지 시기에 건설된 아르데코 양식의 건축물들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어, '아프리카의 모더니스트 도시'이자 '작은 로마(Piccola Roma)'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이번 포스팅은 아스마라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특별한 아르데코 건축의 보고가 되었는지 탐구한다.
역사적 배경과 도시의 탄생
아스마라의 근대적인 모습은 19세기 말 이탈리아 왕국의 에리트레아 점령과 함께 시작되었다.
과거 작은 촌락에 불과했던 이곳은 1897년 마르티니 총독에 의해 이탈리아령 에리트레아의 새로운 수도로 건설되었고, 20세기 초에는 해안으로 이어지는 철도까지 놓이며 발전을 거듭했다.
특히 1930년대 베니토 무솔리니의 파시즘 통치 아래 새로운 건축물들이 잇따라 들어서며 도시는 빠르게 변모했다.
당시 이탈리아인 이주민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아스마라는 이탈리아 문화와 건축 양식이 깊이 스며든 도시로 성장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아스마라가 오늘날처럼 이탈리아 모더니즘 및 아르데코 건축의 살아있는 박물관이 되는 초석이 되었다.
아르데코와 모더니즘 건축의 조화
아스마라의 건축물들은 아르데코와 이탈리아 모더니즘 양식의 아름다운 조화를 보여준다.
아르데코는 1920년대와 1930년대에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스타일로, 기능주의적인 모더니즘에 우아함, 기하학적 패턴, 풍부한 장식적 요소를 더한 것이 특징이다.
아스마라의 건축가들은 이탈리아의 최신 건축 사조를 반영하여, 당시 유럽에서 가장 실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웅장한 외관, 곡선미와 직선미가 어우러진 기하학적 형태, 그리고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디테일은 도시를 걷는 이들에게 시대를 초월한 예술적 경험을 선사한다.
콘크리트, 금속, 유리 등 당시 신소재를 활용하여 건축미학을 극대화한 건물들은 아스마라를 독보적인 건축 도시로 만들었다.
도시를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축물들
아스마라에는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수많은 상징적인 아르데코 건축물들이 자리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비행기가 이륙하는 듯한 독특한 형태를 가진 '피아트 탈리에로 빌딩(Fiat Tagliero Building)'이다.
1938년 이탈리아 건축가 주세페 페타치(Giuseppe Pettazzi)가 설계한 이 주유소는 15미터 길이의 콘크리트 날개가 지지대 없이 뻗어 있어 당시 건축 기술의 경이로움을 보여준다.
또한, 화려한 내부 장식과 웅장한 외관을 자랑하는 '시네마 임페로(Cinema Impero)', 우아한 곡선미가 돋보이는 '아스마라 오페라 하우스', 그리고 모더니즘의 간결함과 실용성을 잘 보여주는 다양한 상업 건물과 주택들은 아스마라를 '아르데코 건축의 수도'로 불리게 하는 주역들이다.
이 건물들은 단순한 구조물을 넘어, 당시 사회와 문화, 기술적 진보를 담아낸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정과 그 의미
2017년, 아스마라는 '아프리카의 모더니스트 도시'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었다.
이는 아스마라가 20세기 초 모더니즘 건축의 탁월하고 보편적인 가치를 보여주는 사례임을 세계적으로 인정받았음을 의미한다.
특히, 아스마라의 건축물들은 대규모 분쟁이나 급격한 개발의 영향을 받지 않고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그 가치가 더욱 높다.
이곳은 유럽 외 지역에서 가장 잘 보존된 20세기 초 이탈리아 모더니즘 및 아르데코 건축물 집적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유네스코 등재는 아스마라의 독특한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으며, 이는 도시가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닌 살아있는 역사이자 미래 세대를 위한 귀중한 자산임을 입증한다.
시간이 멈춘 도시, 아스마라의 매력
아스마라가 이러한 건축적 유산을 온전히 보존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에리트레아의 복잡한 현대사가 큰 영향을 미쳤다.
오랜 고립과 내전 등으로 인해 도시 개발이 더디게 진행되었고, 이는 역설적으로 1930년대 건축물들이 파괴되거나 변형되지 않고 원래의 모습을 유지하는 결과를 낳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도시의 풍경은 방문객들에게 독특한 경험을 제공한다.
오늘날 아스마라는 단순한 과거의 흔적을 넘어, 활기찬 현재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오래된 영화관과 카페들은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며 시민들의 일상 속에서 숨 쉬고 있다.
이러한 건축적 배경과 독특한 분위기는 아스마라를 세계 건축 애호가들과 여행객들에게 꼭 방문해야 할 특별한 목적지로 만들고 있다.
마무리
에리트레아의 수도 아스마라는 단순한 아프리카의 도시가 아니다.
이곳은 20세기 아르데코와 이탈리아 모더니즘 건축의 정수가 고스란히 담긴 살아있는 건축 박물관이다.
고원의 서늘한 기후 속에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 아름다운 건축물들은 시간을 초월하여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방문하는 이들에게 깊은 영감을 선사한다.
아스마라는 건축의 역사적 가치뿐만 아니라 독특한 문화적 경험까지 제공하는 진정한 보석 같은 도시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