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캔디가 처음 자신의 남다른 운명을 자각한 것은 어린 시절, 여느 아이들처럼 뛰어놀다가 넘어져 무릎을 심하게 다쳤을 때였습니다.
보통이라면 며칠간 아물지 않고 딱지가 앉으며 흉터로 남을 상처였지만, 캔디의 상처는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회복되었고 흔적조차 남기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부모님도 그저 캔디의 뛰어난 자가 치유 능력 정도로만 여겼지만, 이 현상은 반복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작은 베인 상처는 몇 시간 안에 사라졌고, 골절상도 놀랍도록 빠르게 붙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또래 친구들이 눈에 띄게 성장하고 변해갈 때, 캔디의 외모는 놀랍도록 어린 시절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사춘기의 변화도, 어른으로의 성숙도 그녀에게는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마치 시간의 흐름이 그녀를 비켜간 듯, 주변의 모든 것이 변해도 캔디는 항상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처음엔 신비롭고 특이한 능력으로 여겨졌으나, 점차 이는 두려움으로 변했습니다.
부모님은 캔디를 데리고 전 세계의 유명 병원과 연구소를 찾아다녔지만, 어떤 의학적 검사로도 그녀의 상태를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혈액 검사, 유전자 분석, 뇌파 검사 등 모든 수치는 완벽하게 정상이었지만, 그녀의 세포는 늙는 것을 거부하고 죽음을 회피하는 이상 현상을 보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불치병을 넘어선, 인간 존재의 근본적인 정의를 뒤흔드는 미지의 상태였습니다.
그녀의 세포는 끊임없이 재생되며, 노화를 유발하는 텔로미어의 단축 현상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치명적인 부상조차도 그녀의 몸은 마치 없었던 일처럼 완벽하게 복구해냈습니다.
이로 인해 캔디는 영원히 죽지 않는 몸을 가지게 되었지만, 이는 동시에 그녀가 모든 것을 영원히 겪어야 한다는 의미였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수없이 목격해야 하며, 모든 기억이 쌓여가는 고통을 홀로 감내해야 하는 가혹한 운명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녀의 존재는 과학적 상식을 뛰어넘는 기적이었지만,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공포였습니다.

캔디의 '불치사'는 일반적인 질병의 범주를 넘어섭니다.
이는 특정 장기의 기능 부전이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것이 아닌, 생명 유지 시스템 자체의 근본적인 변형이었습니다.
그녀의 몸은 죽음을 '오류'로 인식하고 끊임없이 수정하며 원래의 상태로 되돌립니다.
마치 강력한 복원력을 가진 소프트웨어처럼, 어떠한 손상도 결국은 초기 설정값으로 되돌리는 것입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항죽음 유전자' 또는 '불멸 세포 증후군'이라 명명하려 했지만, 그 어떤 명칭도 이 복잡한 현상의 본질을 완벽하게 담아내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존재는 생물학적 불가능을 현실로 만든 사례였으며, 인류가 오랜 세월 꿈꿔온 영생이 얼마나 잔인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고통을 느끼고, 상처를 입지만, 그 고통과 상처는 결국 사라집니다.
배고픔을 느끼고, 피로를 느끼지만, 그것 역시 시간이 지나면 사라집니다.
문제는 그녀의 정신이었습니다.
육체는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지만, 정신은 무한한 시간을 견뎌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이들을 잃고, 세상의 변화를 무수히 겪으며, 기억은 쌓이고 또 쌓여갔습니다.
그녀는 마치 살아있는 역사서처럼 모든 것을 기억하게 되었고, 이 방대한 정보는 때로는 축복이 아닌 저주로 다가왔습니다.
무한한 시간 속에서 그녀는 존재의 의미를 상실할 위기에 처했으며, 자신이 과연 '살아있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영원히 존재하는 '물체'에 불과한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직면해야 했습니다.
그녀는 죽음을 갈망했지만, 죽음은 그녀를 외면했습니다.
이러한 역설적인 상황은 그녀를 깊은 고독과 절망의 늪으로 몰아넣었습니다.
그녀의 불치사는 단순한 생명 연장을 넘어, 삶과 죽음, 존재와 비존재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며 그녀를 영원한 헤맴 속에 가두는 가장 본질적인 문제였습니다.

불치사는 캔디에게 육체적 고통이 아닌 정신적, 관계적 고통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녀는 사랑하는 부모님을 잃었고, 가장 친했던 친구들이 늙어 죽는 것을 지켜봐야 했습니다.
연인을 만나 사랑에 빠지더라도, 결국 그들이 자신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다는 사실 앞에서 모든 관계는 무의미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소중히 여겼지만, 반복되는 이별과 상실감은 그녀를 지치게 만들었습니다.
사람들은 그녀의 변치 않는 모습에 경외심을 느끼다가도, 이내 두려움과 이질감을 느꼈습니다.
그녀의 영원한 젊음은 타인에게는 신비로웠지만, 동시에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애 주기를 거스르는 기이한 현상으로 비춰졌습니다.
결국 캔디는 스스로 고립의 길을 택했습니다.
그녀는 도시를 떠나 외딴곳에서 조용히 살아가거나, 신분을 위장하여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것을 반복했습니다.
수십 년, 수백 년이 흘러도 그녀는 항상 스무 살 남짓한 젊은 여성의 모습이었기에, 주변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떠돌아야 했습니다.
사랑하는 이를 잃는 고통보다 더한 것은, 그들이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녀의 존재는 인간 사회의 일반적인 삶의 주기를 벗어나 있었기에, 그 누구도 그녀의 심정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었습니다.
과거의 찬란했던 기억들은 점점 바래갔지만, 슬픔과 상실의 감정은 더욱 선명하게 그녀의 영혼을 갉아먹었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어떤 관계도 맺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것조차 두려웠습니다.
그들의 미소 뒤에 숨겨진 언젠가의 이별을 먼저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영원한 고독은 그녀에게 가장 잔인한 형벌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살아있는 유령'이라 불렀습니다.
인간 세상에 존재하지만, 그 어떤 것도 온전히 소유하거나 영원히 함께할 수 없는 존재.
이로 인해 캔디는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기 어려워했으며, 무한한 시간 속에서 길을 잃은 채 방황해야 했습니다.
그녀의 존재는 무한한 우주 속에서 홀로 빛나는 별과 같았지만, 동시에 그 빛을 나눌 동반자 하나 없는 쓸쓸한 존재였습니다.

캔디의 불치사는 단순한 개인의 비극을 넘어,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될 잠재력을 지녔습니다.
그녀의 존재를 알게 된 일부 과학자들과 비밀 단체들은 그녀의 '불멸 세포'를 연구하여 인류의 숙원인 영생의 비밀을 밝혀내려 했습니다.
그들은 캔디를 '살아있는 실험체'로 여기며 그녀의 몸을 연구하고 분석하려 했습니다.
처음에는 인류의 건강 증진과 질병 극복이라는 고귀한 명분 아래 접근했지만, 점차 그들의 목적은 변질되었습니다.
일부는 불멸의 능력을 독점하여 권력을 얻으려 했고, 어떤 이들은 심지어 그녀의 세포를 복제하여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보이기도 했습니다.
캔디는 이러한 그림자들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쳐야 했습니다.
그녀의 삶은 조용하고 평화로운 일상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마치 평생을 쫓기는 도망자처럼 숨어 살아야 했으며, 자신의 정체가 드러날까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녀를 보호하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들의 능력은 거대한 세력의 탐욕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존재였기에, 그 가치 때문에 오히려 끊임없는 위협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그녀의 세포는 노화를 겪지 않는 특성 때문에 의학계에서는 '궁극의 재생 물질'로 불렸고, 이를 통해 장기 이식의 혁명, 노화 방지 기술의 완성, 심지어는 죽은 자를 되살리는 기술까지 가능할 것이라는 허황된 기대감까지 낳았습니다.
이러한 기대감은 캔디에게 더 큰 압박과 위험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몸이 인류의 욕망이 투영된 거울임을 깨달았고, 그 거울이 언제 깨져버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속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영원히 죽지 않는 몸이 오히려 영원히 위험에 노출되는 역설적인 상황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소유하려는 무수한 손길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이름과 신분을 수없이 바꾸며 끊임없이 유랑하는 삶을 살아야만 했습니다.

캔디의 불치사는 그녀에게 무한한 시간을 부여했지만, 동시에 존재의 의미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죽음이 없는 삶은 과연 의미가 있는가?
모든 경험이 반복되고, 모든 관계가 결국 소멸하는 상황에서 인간적인 가치와 목표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
그녀는 수많은 시대와 문명을 목격하며 인류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습니다.
위대한 예술 작품들이 탄생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보았으며, 철학과 과학이 발전하고 퇴보하는 모습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경험은 그녀에게 깊은 감동보다는 공허함을 안겨주었습니다.
모든 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녀의 영혼은 피폐해졌습니다.
삶의 유한성이 부여하는 긴장감과 소중함이 사라진 자리에는 무기력함과 권태만이 남았습니다.
그녀는 마치 끝없이 펼쳐진 망망대해를 홀로 표류하는 배와 같았습니다.
목적지도, 도착할 기약도 없는 항해는 그녀를 지치게 했습니다.
그녀는 과거의 위인들이 남긴 철학적 유산들을 탐독하며 삶의 의미를 찾아 헤맸지만, 그 어떤 사상도 그녀의 특수한 상황에 대한 답을 주지 못했습니다.
니체의 영원 회귀 사상조차 그녀에게는 현실의 냉혹한 반복일 뿐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이단아 같다고 느꼈습니다.
생명의 아름다움은 유한성에서 비롯되는데, 자신은 그 유한성을 박탈당했으니 과연 아름다운 존재라 할 수 있을까?
그녀는 때때로 자신을 신이 내린 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끊임없이 존재하되, 그 존재가 영원히 고통받는 형벌.
이 깊은 고뇌는 그녀를 삶의 가장자리로 몰아붙였고, 죽음조차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녀는 절망의 끝을 경험해야 했습니다.
이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는 한, 그녀의 불멸은 영원한 저주에 가까웠습니다.
그녀는 끝없는 시간 속에서 자신을 잃어버릴까 두려워했으며, 존재의 목적을 찾기 위한 끊임없는 싸움을 홀로 이어나가야만 했습니다.

오랜 방황 끝에 캔디는 자신과 비슷한 운명을 가진 존재들을 만나게 됩니다.
인류의 역사 속에는 캔디처럼 불멸의 삶을 살았던, 혹은 살고 있는 이들이 소수 존재했습니다.
그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불멸의 능력을 얻었지만, 모두 캔디와 비슷한 고뇌와 고통을 안고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서로의 존재를 비밀리에 공유하며 '에이테르(Aether)'라는 비밀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에이테르는 세상의 눈을 피해 서로를 보호하고, 각자의 불멸을 조용히 유지하며 살아가는 것을 목적으로 했습니다.
이 공동체에서 캔디는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를 온전히 이해받고, 고독감을 덜 수 있었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이들이 있었고, 그녀의 고통을 이해하는 눈빛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서로의 오랜 경험과 지혜를 나누며, 무한한 시간 속에서 의미를 찾아가는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어떤 이는 예술을 통해 영원한 영감을 표현했고, 어떤 이는 인류의 발전을 비밀리에 돕는 관찰자 역할을 자처했습니다.
또 다른 이는 과거의 지식을 보존하며 미래 세대에 전달하는 기록자가 되었습니다.
캔디 역시 이들과 함께하며 자신의 존재 의미를 새롭게 찾아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단순히 '죽지 않는 존재'가 아니라, '시간을 초월하여 지식을 축적하고 세상을 관찰하는 존재'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공동체는 그녀에게 단순한 안식처를 넘어, 영원한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과 희망을 제시했습니다.
서로의 상실감을 이해하고, 서로의 고뇌를 나누며, 그들은 죽음이 없는 삶 속에서도 살아갈 가치를 찾기 위한 여정을 함께했습니다.
이제 캔디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불치사는 여전히 변하지 않았지만, 이젠 함께 그 무게를 나눌 이들이 생겼고, 이는 그녀에게 가장 큰 위안이자 앞으로 나아갈 힘이 되었습니다.
이들의 존재는 캔디에게 죽음 너머의 삶에 대한 새로운 정의와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녀는 에이테르 공동체 속에서 비로소 자신이 '살아있음'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에이테르 공동체와의 만남은 캔디의 인생에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불치사를 더 이상 저주로만 여기지 않고, 자신이 가진 특별한 능력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죽지 않는다는 것은 끝없이 배우고, 끝없이 경험하며, 끝없이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녀는 수많은 언어를 익히고, 다양한 학문을 섭렵하며, 세계 각지의 문화를 체험했습니다.
과거에는 고통스러웠던 이별의 기억들도, 이제는 한때 자신에게 소중했던 인연들이 남긴 아름다운 유산으로 재해석하기 시작했습니다.
캔디는 자신의 불멸이 단순한 생존을 넘어, 인류의 역사를 기록하고, 미래를 관찰하며, 필요한 순간에 개입하여 도움을 줄 수 있는 특별한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녀는 더 이상 숨어 지내기보다는, 세상의 흐름 속에서 조용히 자신의 역할을 찾아 나섰습니다.
어쩌면 그녀의 불치사는 인류의 진화를 지켜보고 이끄는 보이지 않는 손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물론, 영원한 삶의 본질적인 고통과 고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 그 고통 속에서도 의미를 찾고, 작은 희망의 불씨를 지필 수 있는 강인함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캔디의 이야기는 단순히 불멸의 비극을 넘어, 인간이 극한의 상황 속에서도 어떻게 의미를 찾고 희망을 만들어가는지에 대한 깊은 성찰을 제공합니다.
그녀는 영원히 살아가야 하지만, 이제는 그 영원한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주도권을 스스로 쥐게 되었습니다.
이 희미한 가능성은 그녀의 불치사를 단순한 의학적 미스터리를 넘어, 인간 존재의 영원한 질문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로 이끌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을 영원한 학생이자 영원한 관찰자, 그리고 때로는 영원한 수호자로 정의하며, 끝없는 시간 속에서 자신만의 의미를 찾아 나아갈 것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존재가 단순히 운명에 의해 주어진 것이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부여하고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임을 깨달았습니다.
그녀의 불멸은 더 이상 끝나지 않는 고통이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의 시작이 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