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페즈의 가죽 산업은 서기 9세기, 이드리스 왕조 시대부터 시작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당시 페즈는 이미 북아프리카의 중요한 상업 중심지였으며, 가죽은 이 지역 경제의 핵심 동력이었습니다.
특히 모로코의 기후와 지형은 목축업에 유리하여 양, 염소, 소 등의 가죽을 풍부하게 얻을 수 있었고, 이는 가죽 산업 발달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슈아라 테너리는 이러한 오랜 역사 속에서 페즈의 대표적인 가죽 염색 공장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이곳의 가죽 장인들은 수백 년 동안 조상 대대로 전수된 기술과 지식을 바탕으로 가죽을 처리하고 염색해왔습니다.
그들의 노하우는 단순히 가죽을 완성하는 것을 넘어, 페즈 가죽만의 독특한 질감과 색감을 만들어내는 비법으로 작용했습니다.
고대 문헌과 여행기에도 페즈의 가죽 제품은 그 품질과 아름다움으로 명성이 자자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중세 시대에는 유럽과 아프리카 전역으로 수출될 정도로 중요한 무역 상품이었습니다.
페즈 테너리의 역사는 단순히 가죽을 만드는 기술의 역사가 아니라, 한 도시의 경제적 번영과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해온 중요한 과정이었음을 보여줍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은 슈아라 테너리가 단순한 공장을 넘어 페즈의 살아있는 역사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장소로 기능하게 합니다.
그야말로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페즈의 슈아라 테너리는 고대 도시 페즈 엘 발리(Fes el Bali)의 미로 같은 골목길 깊숙한 곳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현대적인 기계 설비나 자동화 공정 없이, 오직 인간의 손과 전통 도구만을 사용하여 가죽을 생산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테너리에 들어서면 수많은 원형 석조 염색통들이 펼쳐진 광경에 압도당하게 됩니다.
각각의 염색통은 다양한 색상으로 채워져 있으며, 그 안에서 노동자들이 맨발로 들어가 가죽을 직접 밟고 뒤집으며 염색하는 모습은 마치 중세 시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슈아라 테너리는 단순한 작업장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박물관과 같습니다.
수백 년 전부터 사용되던 염색 기법과 도구, 그리고 고된 노동의 현장이 현재까지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은 가죽 생산의 모든 과정을 눈앞에서 목격할 수 있으며, 이러한 경험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선 깊이 있는 문화적 통찰을 제공합니다.
특히 테너리 주변의 상점에서는 슈아라 테너리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가죽 제품들을 직접 구매할 수 있어, 방문객들에게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이곳의 풍경은 시시각각 변하는 빛과 함께 다채로운 색감을 뽐내며, 보는 이들에게 잊을 수 없는 시각적 감동을 안겨줍니다.

슈아라 테너리의 가죽 생산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첫 번째는 가죽을 연화하고 정화하는 전처리 과정입니다.
도축된 동물(주로 소, 양, 염소, 낙타)의 원피는 먼저 소금에 절여져 보존됩니다.
이후 테너리에 도착하면, 원피는 알칼리성 용액(주로 생석회, 비둘기 배설물, 소변 등을 혼합한)이 담긴 통에 담겨 수일에서 수주 동안 담가집니다.
이 과정은 가죽에 붙어 있는 털과 지방, 그리고 불순물을 제거하고 가죽 섬유를 부드럽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비둘기 배설물은 암모니아 성분 덕분에 강력한 연화제로 사용되며, 이는 슈아라 테너리 특유의 강렬한 냄새의 원인이기도 합니다.
노동자들은 맨발로 이 통 안에 들어가 가죽을 밟고 휘저으며 철저하게 세척하고 불순물을 제거합니다.
이 작업은 고되고 힘든 육체노동이며, 가죽의 품질을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첫걸음입니다.
충분히 연화된 가죽은 깨끗한 물로 여러 번 헹궈져 다음 단계로 넘어갈 준비를 합니다.
이 전처리 과정은 가죽이 최종 제품으로 완성되기 위한 필수적인 기반을 다지는 것으로, 숙련된 장인의 노하우 없이는 완벽한 가죽을 얻기 어렵습니다.
각 통마다 다른 농도의 용액이 사용되며, 가죽의 종류와 상태에 따라 처리 시간이 조절됩니다.

전처리 과정을 거친 가죽은 이제 다양한 색상으로 염색될 준비를 마칩니다.
슈아라 테너리에서는 오직 천연 염료만을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각기 다른 색상을 내기 위해 다양한 자연 재료들이 활용됩니다.
예를 들어, 붉은색은 양귀비 꽃잎, 주황색은 헤나, 노란색은 사프란이나 석류 껍질, 파란색은 인디고, 녹색은 민트 등의 식물 재료에서 추출됩니다.
갈색은 삼나무 껍질에서 얻어지며, 검은색은 올리브 오일과 철 성분을 혼합하여 만들어집니다.
이 천연 염료들은 각각의 색깔 통에 담겨 있으며, 숙련된 장인들은 가죽의 종류와 원하는 색상에 따라 적절한 염료 통에 가죽을 담그고, 다시 맨발로 가죽을 밟고 주무르며 염료가 가죽 섬유에 깊숙이 스며들도록 합니다.
이 과정은 수 시간에서 수일에 걸쳐 반복될 수 있으며, 가죽이 충분히 염색되면 건조 과정으로 넘어갑니다.
자연 염료는 현대의 화학 염료와 비교할 때 색상의 지속력이나 선명함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자체로 자연의 숨결을 담고 있어 더욱 깊고 따뜻한 색감을 자랑합니다.
화학 염료가 없는 시절부터 이어져 온 이 전통적인 염색 방식은 슈아라 테너리 가죽의 독특한 가치와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입니다.
장인들은 가죽의 색이 고르게 물들도록 끊임없이 확인하고 섬세하게 작업합니다.

염색이 완료된 가죽은 테너리 주변의 지붕이나 외벽에 걸려 햇볕과 바람에 자연 건조됩니다.
페즈의 건조한 기후는 가죽을 효율적으로 말리는 데 이상적인 조건을 제공합니다.
가죽은 햇볕 아래에서 서서히 마르면서 더욱 견고해지고, 천연 염료의 색상이 더욱 선명하게 발현됩니다.
건조 과정 중에도 장인들은 가죽의 상태를 주기적으로 확인하며, 너무 빠르게 마르거나 주름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합니다.
건조 방식은 가죽의 최종 질감과 내구성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단계입니다.
완전히 건조된 가죽은 마지막 마감 단계로 넘어갑니다.
이 단계에서는 가죽의 표면을 매끄럽게 다듬고, 필요한 경우 가죽을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오일 등을 바르는 작업이 이루어집니다.
숙련된 장인들은 칼과 망치 등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여 가죽의 두께를 조절하고, 표면을 고르게 펴는 섬세한 작업을 수행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오직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며, 각 가죽 조각마다 장인의 땀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렇게 완성된 가죽은 지갑, 가방, 신발, 의류 등 다양한 고품질 가죽 제품으로 재탄생하게 되며, 페즈의 전통 시장인 수크(Souk)에서 판매되거나 전 세계로 수출됩니다.
장인들의 손에서 탄생하는 가죽 제품 하나하나에는 수백 년의 역사와 혼이 담겨 있습니다.

슈아라 테너리를 방문하는 경험은 시각, 청각, 후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독특한 경험입니다.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것은 형형색색의 염색 통들입니다.
붉은색, 노란색, 파란색, 초록색 등 자연에서 온 다채로운 색상들이 거대한 팔레트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그 사이를 오가는 노동자들의 모습과 작업 방식은 마치 살아있는 그림 같습니다.
다음으로 귀를 기울이면, 노동자들이 가죽을 밟고 물을 휘젓는 소리, 가죽을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그들 사이의 대화 소리가 뒤섞여 활기찬 작업장의 분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고된 노동 속에서도 이어지는 그들의 활기찬 움직임과 소리는 슈아라 테너리가 단순한 관광지가 아닌, 실제로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임을 증명합니다.
그러나 슈아라 테너리를 가장 강렬하게 기억하게 하는 것은 바로 독특한 냄새입니다.
가죽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연화하는 과정에서 사용되는 비둘기 배설물과 소변, 그리고 가죽 자체의 냄새가 뒤섞여 매우 강렬하고 특유의 향을 발산합니다.
이 냄새는 방문객들에게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올 수 있지만, 이는 동시에 슈아라 테너리의 오랜 전통과 고유한 생산 방식을 상징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테너리 전망대에서는 방문객들에게 민트 잎을 제공하여 냄새를 완화하도록 배려하는데, 이러한 작은 배려조차도 이곳의 특별한 경험의 일부가 됩니다.
이 모든 오감의 자극이 합쳐져 슈아라 테너리는 단순한 명소를 넘어 잊을 수 없는 추억과 깊은 인상을 선사합니다.
이곳에서의 경험은 단순히 가죽을 보는 것을 넘어, 역사의 숨결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과 같습니다.

슈아라 테너리는 페즈의 경제에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수많은 주민들이 테너리에서 일하거나 가죽 관련 산업에 종사하며 생계를 유지합니다.
테너리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가죽은 모로코 내수는 물론, 전 세계로 수출되어 페즈의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특히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페즈 가죽 제품은 그 독특한 품질과 장인 정신이 인정받아 높은 가치를 지닙니다.
경제적 중요성 외에도 슈아라 테너리는 페즈의 문화적 정체성에 깊이 뿌리내려 있습니다.
이곳은 수백 년간 이어져 온 전통과 기술, 그리고 공동체의 삶의 방식을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입니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페즈 메디나의 일부로서, 슈아라 테너리는 모로코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곳의 장인들은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대대로 전수된 귀중한 지식과 기술을 보존하고 미래 세대에 전달하는 문화유산의 수호자들입니다.
슈아라 테너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며, 페즈가 지닌 고유한 매력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슈아라 테너리는 단순한 생산 시설을 넘어 페즈 공동체의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그 존재 자체가 페즈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은 과거의 영광을 현재까지 이어오며 도시의 맥박처럼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