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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멈춘 듯한 역사, 베오그라드 칼레메그단 요새 탐험
세르비아의 수도 베오그라드는 발칸 반도의 심장부에 위치하며, 그 중심에는 유구한 역사를 품은 칼레메그단 요새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다뉴브강과 사바강이 만나는 전략적인 요충지에 세워진 이 요새는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수천 년간 이 지역을 지배했던 다양한 문명들의 흔적과 이야기들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번 포스팅은 '전투의 평원'이라는 뜻을 가진 칼레메그단 요새의 깊은 역사와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놓칠 수 없는 주요 명소들을 상세히 소개하고자 합니다.
고대 로마 시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전쟁과 재건을 거듭하며 베오그라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이 거대한 요새 공원은 방문객들에게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천년의 역사를 품은 요새의 탄생과 의미
칼레메그단 요새는 기원전 3세기경 켈트족에 의해 처음 성곽이 세워진 이래로, 약 2,0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수많은 변화를 겪어왔습니다.
'칼레메그단'이라는 이름은 터키어 '칼레(요새)'와 '메그단(평원 또는 전장)'이 합쳐진 말로, 이 요새가 오랫동안 격렬한 전투의 현장이었음을 암시합니다.
로마 제국 시대에는 '싱기두눔'이라는 이름의 카스트룸(로마군 진영)이 들어섰으며, 이후 비잔틴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1세 황제에 의해 재건되기도 했습니다.
중세 세르비아 왕국을 거쳐 오스만 제국과 합스부르크 군주국의 지배를 받으며, 요새는 무려 40여 차례나 증축되고 파괴와 재건을 반복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덕분에 칼레메그단은 단순히 오래된 요새가 아니라, 베오그라드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살아있는 역사 박물관이자, 이 도시의 별칭인 '하얀 도시'의 유래와도 깊은 연관이 있습니다.
요새의 성벽에 사용된 하얀 돌들이 햇빛에 빛나던 모습에서 도시의 이름이 유래했다는 설이 전해질 정도입니다.
오늘날 칼레메그단은 베오그라드의 실존적 상징이자 도시 문장에도 새겨져 있을 만큼 중요한 존재로 여겨집니다.
사바강과 다뉴브강의 합류점,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역할
칼레메그단 요새는 사바강과 다뉴브강이 합류하는 지점의 해발 125.5미터 고지에 자리하고 있어,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군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두 강이 만나는 지점은 지리적으로 유럽 대륙의 동서남북을 잇는 교차로였기에, 발칸 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의 끊임없는 침략과 방어의 중심지가 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러한 전략적 중요성 덕분에 요새는 항상 최신 방어 기술이 적용되어 견고하게 지켜졌지만, 동시에 수많은 공방전의 아픔을 겪기도 했습니다.
1456년 오스만 제국의 술탄 메메트 2세가 콘스탄티노플을 함락시킨 후 유럽으로 진출하기 위해 베오그라드를 공격했을 때도, 이곳에서 '베오그라드 공방전'이라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졌습니다.
이러한 역사는 요새 곳곳에 남아있는 다양한 양식의 성벽과 건축물들에 새겨져 있으며, 방문객들은 이곳에서 탁 트인 강변의 경치를 감상하며 과거의 치열했던 순간들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특히 해 질 녘에 요새 언덕에서 바라보는 사바강과 다뉴브강, 그리고 베오그라드 신시가지의 전경은 그야말로 장관을 이루어 많은 이들에게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요새를 넘어 시민의 휴식 공간으로 거듭난 칼레메그단 공원
1867년 세르비아가 오스만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난 후, 칼레메그단 요새는 더 이상 전쟁의 요충지가 아닌 시민들을 위한 대규모 공원으로 탈바꿈했습니다.
1873년부터 1879년까지 미하일로 오브레노비치 왕자의 지시로 에밀리안 요시모비치의 설계 아래 공원화 작업이 진행되었고, 현재는 30헥타르에 달하는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공원이자 주요 관광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공원은 요새의 견고한 성벽과 오랜 역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존하면서도, 동시에 현대적인 휴식과 여가 활동을 위한 공간을 제공합니다.
넓게 펼쳐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로마 시대의 이중 요새 흔적은 물론, 푸른 잔디밭과 울창한 나무들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베오그라드 시민들은 이곳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성벽 사이의 공간에 조성된 테니스장, 농구장, 배구장, 미니 골프장 등에서 스포츠를 즐기며 여가를 보냅니다.
또한 공원 내에는 작은 동물원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들에게도 인기가 많으며, 꼬마 기차가 운행되어 공원 구석구석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칼레메그단 요새 내 주요 명소 및 볼거리
칼레메그단 요새는 광대한 면적만큼이나 다양한 볼거리와 역사적 유적들을 품고 있습니다.
요새의 상징 중 하나인 '승리자 기념비(Pobednik)'는 제1차 세계대전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동상으로, 본래 베오그라드 시내 중심에 세워질 예정이었으나, 나체 동상이라는 이유로 시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현재의 위치, 즉 사바강과 다뉴브강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옮겨졌습니다.
이곳에서 강줄기를 배경으로 기념비를 바라보는 것은 칼레메그단 방문의 백미 중 하나입니다.
또한 요새 내부에는 세르비아의 파란만장한 군사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군사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박물관에는 로마 시대의 무기부터 제1차, 2차 세계대전, 유고슬라비아 전쟁에 사용된 3만여 점의 무기와 전쟁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으며, 박물관 입구 앞에는 실제 탱크들이 야외 전시되어 있어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종교적 의미를 지닌 '루지차 교회'와 '성 페트카 예배당'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입니다.
특히 루지차 교회는 러시아 화가들의 그림으로 장식되어 있으며, 성 페트카 예배당은 기적의 샘물이 솟아난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시계탑(Sahat Kula), 로마 우물, 네보이샤 탑, 진단 문, 레오폴드 문 등 다양한 역사적 건축물과 유적들이 요새 곳곳에 분포해 있어, 방문객들은 발걸음 닿는 곳마다 새로운 역사와 문화적 가치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요새 언덕에 자리한 천문관측대에서는 밤하늘의 별을 관측하며 특별한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마무리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 요새는 단순한 옛 성채를 넘어, 수천 년간의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격동의 역사를 보여주는 증거이자,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베오그라드 시민들의 평화로운 휴식처이기도 합니다.
사바강과 다뉴브강이 만나는 아름다운 경치를 배경으로, 요새의 견고한 성벽과 다양한 유적들을 둘러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독특한 분위기를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칼레메그단 요새는 방문객들에게 깊은 역사적 통찰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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