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베를린 페르가몬 박물관은 슈프레 강 한가운데 위치한 세계 유산 박물관 섬의 가장 북쪽에 웅장한 자태를 뽐내며 서 있습니다.
1910년부터 1930년까지 건축가 알프레트 메셀의 설계를 바탕으로 루드비히 호프만이 완성한 이 건축물은,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공간을 넘어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이자 역사의 증거입니다.
박물관은 고대 도시 페르가몬과 바빌론 등에서 발굴된 거대한 유적들을 직접 현장에서 해체하여 옮겨와 박물관 내부에 재건축하는 방식으로 전시 공간을 구성하였습니다.
이러한 파격적인 전시 방식은 당시 고고학계와 박물관학에 큰 파장을 일으켰으며, 오늘날까지도 방문객들에게 깊은 감동과 경외감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특히 박물관의 전면부는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지어졌으나, 내부는 거대한 유물들을 수용하기 위한 실용성과 효율성을 겸비하고 있어, 당시 건축 기술의 정수를 엿볼 수 있습니다.
거대한 홀과 높은 천장, 웅장한 기둥들은 전시된 유물들의 규모감을 더욱 부각시키며, 마치 고대 유적지에 직접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킵니다.
이러한 건축적 특성은 페르가몬 박물관이 다른 박물관들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지점이며, 그 자체로 고대 문명의 웅장함을 현대에 전달하는 매개체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박물관의 이름이자 핵심 전시품인 페르가몬 제단은 기원전 2세기 경 고대 그리스 도시 페르가몬에 건설되었던 거대한 제단을 독일 고고학 팀이 발굴하여 옮겨온 것입니다.
헬레니즘 시대 예술의 가장 대표적인 걸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이 제단은 제우스와 기간테스 간의 전투를 묘사한 장엄한 프리즈(부조)로 유명합니다.
대리석으로 조각된 인물들은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역동적인 자세로 고통과 승리의 순간을 표현하며, 관람객을 압도하는 스케일과 섬세한 디테일은 당시 조각 기술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특히, 인물들의 옷 주름과 근육의 표현은 거의 살아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관람객이 마치 신화 속 전투의 한복판에 서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제단이 박물관 내부에 완전히 재건축되어 있다는 점은 현대의 박물관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며, 유물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고 전시하려는 박물관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 페르가몬 제단은 박물관의 대규모 보수 공사로 인해 무기한 폐쇄된 상태입니다.
2027년까지는 관람이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박물관을 방문하려는 많은 이들에게 아쉬움을 주지만, 미래 세대를 위한 보존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제단의 폐쇄는 방문객들에게 박물관의 다른 중요한 전시물에 집중할 기회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페르가몬 박물관의 또 다른 하이라이트는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슈타르 문입니다.
기원전 6세기 신바빌로니아의 네부카드네자르 2세에 의해 건설된 바빌론 성벽의 일부였던 이 문은 청금석처럼 빛나는 푸른색 유약 벽돌로 장식되어 있으며, 황소와 용, 사자 등의 동물 부조가 생동감 있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이 동물들은 각각 아다드 신, 마르둑 신, 이슈타르 여신을 상징하며, 고대 바빌론인들의 신앙과 예술적 감각을 엿볼 수 있게 합니다.
이슈타르 문은 단순히 아름다운 건축물을 넘어, 고대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알려진 바빌론 공중정원으로 이어지는 행렬길의 입구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상징성이 매우 큽니다.
박물관은 이 거대한 문을 바빌론에서 발굴하여 이곳 베를린에서 벽돌 하나하나를 재조립하여 원형 그대로 복원했습니다.
이슈타르 문의 재건축은 고대 근동 문명의 웅장함과 신비로움을 현대에 생생하게 전달하는 놀라운 성과로 평가받습니다.
문을 통과하면 보이는 행렬길의 양옆으로는 사자 부조가 늘어서 있어, 고대 바빌론 왕국의 영광스러운 순간을 상상하게 합니다.
이 컬렉션은 또한 바빌론 외에 우루크, 아슈르 등 다른 메소포타미아 도시들의 유물들도 포함하고 있어, 고대 근동 문명의 다양한 측면을 탐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슈타르 문은 페르가몬 제단과 달리 현재도 관람이 가능하여, 박물관 방문객들에게 가장 큰 볼거리 중 하나로 남아있습니다.

페르가몬 박물관의 한쪽 날개에는 8세기부터 19세기까지 이슬람 세계 전역의 다양한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이슬람 미술 박물관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중동, 북아프리카, 중앙아시아, 인도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에서 수집된 도자기, 유리 공예품, 카펫, 보석류, 금속 공예품, 건축 파편 등을 통해 이슬람 문명의 깊이와 다양성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전시물은 요르단에서 발굴된 8세기 우마이야 왕조 시대의 므샤타 궁전 외벽 파사드입니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조각된 이 파사드는 이슬람 건축 양식의 초기 모습을 보여주며, 동식물 문양과 기하학적인 패턴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이슬람 예술의 아름다움을 잘 드러냅니다.
또한, 시리아 알레포에서 가져온 17세기 무역상 저택의 객실, 즉 알레포 룸은 이슬람 세계의 실내 건축과 장식 예술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화려한 목조 패널과 그림들은 당시 부유층의 생활 양식과 예술적 취향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이슬람 미술 박물관은 이슬람 문화를 종교적인 시각이 아닌, 예술과 문화의 관점에서 조명하여 서양과 동양 문명 간의 이해를 증진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각 전시품은 뛰어난 장인 정신과 미학적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관람객들에게 이슬람 문명의 풍부한 역사와 예술적 유산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을 제공합니다.
이는 이슬람 문화권의 다양성과 복잡성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페르가몬 박물관은 2010년대 중반부터 대규모 보수 공사인 '페르가몬 박물관 마스터 플랜'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박물관 건물의 노후화된 부분을 보강하고, 현대적인 전시 및 보존 시설을 확충하며, 방문객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총 두 단계로 나누어 진행되는 이 공사는 박물관의 절반씩을 폐쇄하며 진행되는데, 현재 1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며 페르가몬 제단 홀을 포함한 박물관의 핵심 구역이 폐쇄된 상태입니다.
이로 인해 많은 방문객들이 페르가몬 제단을 직접 관람할 수 없다는 아쉬움을 토로하지만, 이 공사는 유물들의 영구적인 보존과 미래 세대에게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유산을 선보이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입니다.
박물관 측은 공사 기간 동안에도 이슬람 미술 박물관과 이슈타르 문 등 관람이 가능한 구역의 전시를 유지하며 방문객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보수 공사가 완료되면 박물관은 더욱 개선된 접근성과 현대적인 전시 기술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예를 들어, 새로운 입구 건물과 갤러리 연결 통로가 신설될 예정이며, 전시 공간의 재정비와 함께 유물 보존 환경이 대폭 개선될 것입니다.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2037년까지 단계적으로 완료될 예정이며, 완공 후에는 페르가몬 박물관이 21세기에 걸맞은 세계 최고의 박물관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는 베를린 박물관 섬 전체의 위상을 더욱 높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페르가몬 박물관 방문을 계획하고 있다면, 현재 진행 중인 대규모 보수 공사 상황을 반드시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박물관의 공식 웹사이트나 베를린 박물관 섬의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통해 어떤 전시 구역이 개방되고 폐쇄되었는지 최신 정보를 얻는 것이 좋습니다.
현재 페르가몬 제단은 장기간 폐쇄 상태이며, 이슈타르 문과 이슬람 미술 박물관은 일반적으로 관람이 가능하지만, 상황은 유동적일 수 있습니다.
박물관의 입장은 주로 온라인 예약을 통해 이루어지므로, 사전에 티켓을 예매하여 현장에서의 대기 시간을 줄이는 것을 권장합니다.
박물관이 박물관 섬에 위치한 만큼, 주변의 다른 박물관들(구 박물관, 신 박물관, 보데 박물관 등)과 함께 일정을 계획하면 더욱 풍성한 문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집트 유물과 네페르티티 흉상으로 유명한 신 박물관, 또는 중세와 비잔틴 예술 컬렉션을 소장한 보데 박물관은 페르가몬 박물관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합니다.
만약 고대 문명에 대한 갈증이 크고 페르가몬 제단을 놓쳐 아쉬움이 크다면, 베를린의 다른 고고학 박물관이나 유럽 내 다른 주요 박물관의 고대 컬렉션을 탐색해보는 것도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페르가몬 박물관 자체는 보수 공사로 인해 일부 제한이 있지만, 여전히 고대 근동과 이슬람 미술의 경이로운 세계를 탐험할 수 있는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방문객들은 박물관이 제공하는 오디오 가이드나 안내 자료를 활용하여 전시물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할 수 있습니다.
짧은 시간이라도 인류 문명의 위대한 유산과 직접 마주하는 경험은 분명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