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때

보로부두르 사원은 서기 8세기 후반에서 9세기 초반, 인도네시아 중앙 자바를 지배했던 불교 왕조인 샤일렌드라 왕조 시대에 약 75년에 걸쳐 건설되었습니다.
당시 샤일렌드라 왕조는 동남아시아의 해상 무역을 장악하며 막대한 부와 권력을 누렸으며, 이러한 배경 속에서 보로부두르는 왕조의 번영과 불교의 위상을 상징하는 거대한 종교 건축물로 기획되었습니다.
화산암을 사용하여 거대한 피라미드 형태로 축조된 이 사원은 그 어떠한 접착제도 없이 오직 돌을 깎아 맞추는 고도의 기술로 완성되었습니다.
사원의 이름인 '보로부두르'는 '언덕 위의 사원' 또는 '수많은 부처의 사원'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으며, 이는 사원 곳곳에 안치된 수많은 불상과 스투파를 통해 그 의미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10세기경, 화산 폭발과 이슬람 세력의 확장으로 인해 자바 문명의 중심지가 동쪽으로 이동하면서 보로부두르는 점차 잊혀진 채 화산재와 정글 속에 묻히게 되었고, 약 천년 동안 침묵 속에 잠들었습니다.
이러한 배경은 보로부두르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신비롭고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단순한 건축물을 넘어 불교의 우주관과 깨달음의 과정을 상징하는 거대한 만다라(mandala) 그 자체입니다.
사원은 크게 세 개의 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불교의 세 가지 세계, 즉 욕계(Kamadhatu), 색계(Rupadhatu), 무색계(Arupadhatu)를 나타냅니다.
가장 아래층인 욕계는 인간의 욕망과 번뇌가 존재하는 세속의 세계를 상징하며, 정교한 부조를 통해 윤회사상과 인과응보의 가르침을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중앙의 색계는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물질적인 형태를 갖추지만 아직 완전한 해탈에 이르지 못한 세계를 의미하며, 수많은 불상과 부조가 배치된 갤러리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높은 층인 무색계는 모든 형태와 욕망으로부터 벗어나 완벽한 해탈에 이른 궁극적인 세계를 상징하며, 72개의 종 모양 스투파 안에 각각 불상이 안치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보로부두르의 건축 양식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을 넘어, 방문객이 사원을 오르면서 불교의 가르침을 자연스럽게 체험하고 깨달음의 여정을 따라갈 수 있도록 설계된 심오한 철학적 건축물입니다.
각 층을 지날 때마다 불교적 의미가 심화되고, 최종적으로 중앙의 거대한 스투파에 도달하며 해탈의 경지를 시각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사원 벽면을 가득 채운 2,672개의 정교한 부조 패널입니다.
이 부조들은 단순한 장식을 넘어, 불교의 경전과 석가모니의 생애, 그리고 다양한 불교 설화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합니다.
특히, '자타카(Jataka)'와 '아바다나(Avadana)' 이야기는 부처의 전생담과 제자들의 선행을 묘사하여 불교의 윤리적 가르침을 생생하게 전달합니다.
방문객들은 사원의 갤러리를 시계 방향으로 걸으며 이 부조들을 따라가는데, 이는 마치 한 권의 거대한 석조 경전을 읽는 것과 같습니다.
각 부조는 섬세하고 사실적인 묘사로 당시 자바인들의 생활상, 문화, 복식 등을 엿볼 수 있게 해주며, 그 예술적 가치는 가히 압도적입니다.
특히, '간다비유하(Gandavyuha)' 부조는 선재동자가 깨달음을 찾아 여러 스승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어, 사원을 오르는 순례자의 여정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이러한 부조들은 오랜 시간 동안 자연의 풍화 작용과 훼손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네스코의 복원 작업을 통해 그 본래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상당 부분 되찾았습니다.
돌 하나하나에 새겨진 불멸의 이야기는 오늘날에도 많은 이들에게 영감과 통찰을 제공하며, 보로부두르를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불교 유적지 중 하나로 만들고 있습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에는 약 504개의 불상과 72개의 종 모양 스투파, 그리고 중앙의 거대한 스투파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사원의 낮은 층에는 개방된 공간에 부처상이 안치되어 있으며, 사원을 오를수록 점차 종 모양의 스투파 안에 불상이 가려지는 형태로 나타납니다.
이는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세속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궁극적인 진리에 이르는 과정을 상징합니다.
특히, 72개의 종 모양 스투파는 무색계를 상징하는 원형 테라스에 배치되어 있으며, 각각의 스투파 내부에는 손 모양이 다른 불상들이 앉아 있습니다.
이 스투파들의 창살 틈새로 보이는 불상의 모습은 신비롭고 경건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존재가 베일에 싸여 있음을 암시하는 듯합니다.
중앙에 위치한 가장 큰 스투파는 모든 번뇌와 형태로부터 완전히 벗어난 절대적인 공(空)의 상태, 즉 열반을 상징합니다.
과거에는 이 중앙 스투파 안에도 불상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현재는 비어 있습니다.
이 비어 있는 공간은 오히려 완전한 깨달음의 상태가 언어로 설명될 수 없는 무한한 경지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강력한 상징이 됩니다.
보로부두르의 불상과 스투파는 단순한 조각품이 아니라, 순례자들이 깨달음의 여정을 시각적으로 따라가며 명상에 잠길 수 있도록 이끄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약 천년 동안 화산재와 덩굴에 덮여 잊혀졌던 보로부두르 사원은 1814년, 당시 자바의 영국 부총독이었던 스탬포드 래플스 경에 의해 재발견되었습니다.
그의 지시에 따라 이루어진 대규모 벌목과 발굴 작업을 통해 사원의 웅장한 모습이 세상에 다시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재발견 이후에도 보로부두르는 약탈과 훼손의 위협에 시달렸으며, 특히 부조와 불상들이 제자리를 이탈하거나 유실되는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20세기 초, 네덜란드 식민 정부와 이후 인도네시아 정부는 보로부두르의 보존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고, 특히 1973년부터 1983년까지 유네스코(UNESCO)의 주도 아래 대대적인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전 세계 27개국의 전문가와 기술이 투입된 역사상 최대 규모의 문화유산 복원 사업 중 하나였습니다.
복원팀은 사원의 기초를 강화하고, 손상된 석재들을 교체하거나 보수하며, 유실된 부분을 최대한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보로부두르는 199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며 인류 공동의 보물로서 그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보로부두르는 유네스코와 인도네시아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와 보호 아래 그 위대한 모습을 유지하고 있으며, 후손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보로부두르 사원은 지리적으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약 400km 떨어진 중앙 자바의 족자카르타 인근에 위치해 있습니다.
자카르타에서 보로부두르로 향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항공편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자카르타의 수카르노-하타 국제공항(CGK)에서 족자카르타의 아디수치토 국제공항(JOG) 또는 쿨론프로고 국제공항(YIA)까지 국내선 항공편을 이용하면 약 1시간 15분 정도 소요됩니다.
족자카르타 공항에 도착한 후에는 택시, 그랩(Grab), 또는 셔틀버스를 이용하여 보로부두르까지 이동할 수 있으며, 약 1~1.5시간이 소요됩니다.
자카르타에서 육로 이동도 가능하지만, 교통 체증과 장거리 운전을 고려하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효율적인 여행을 위해서는 항공편이 권장됩니다.
보로부두르를 방문한다면 주변의 다른 중요한 불교 유적지인 멘두트(Mendut) 사원과 파원(Pawon) 사원도 함께 둘러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세 사원은 일직선상에 놓여 있으며, 보로부두르로 향하는 순례길의 일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또한, 족자카르타에는 힌두교 사원인 프람바난(Prambanan) 사원을 비롯하여 술탄 왕궁, 띠따라(Kotagede) 은세공 마을 등 다양한 볼거리가 많아 보로부두르와 함께 풍성한 문화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보로부두르를 가장 특별하게 경험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일출 시간에 맞추어 사원에 오르는 것입니다.
이른 새벽, 아직 어둠이 채 가시지 않은 시간부터 사원에 입장하여 동쪽 하늘에서 서서히 솟아오르는 해를 맞이하는 경험은 그 어떤 감동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짙은 안개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보로부두르의 장엄한 실루엣은 형언할 수 없는 신비로움을 자아내며, 해가 뜨면서 스투파와 불상들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광경은 방문객들에게 깊은 영적 평화와 경외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일출 시간에는 종 모양 스투파 사이로 보이는 메라피 화산의 모습까지 더해져 한 폭의 그림 같은 풍경을 연출합니다.
이 시간 동안 사원 주변은 고요함과 명상적인 분위기로 가득 차며, 수많은 여행객들은 이 장엄한 순간을 카메라에 담거나, 혹은 말없이 자연과 고대 건축물이 빚어내는 조화로운 아름다움에 심취합니다.
일출 관람은 보로부두르의 고유한 매력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방법이며, 단순히 아름다운 풍경을 넘어 영혼을 정화하는 듯한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합니다.
많은 호텔이나 현지 투어 업체에서 보로부두르 일출 투어 상품을 제공하고 있어 비교적 편리하게 참여할 수 있습니다.